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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0클럽, 앞으로 5년에 달렸다]<3>제조업의 활로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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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0클럽, 앞으로 5년에 달렸다]<3>제조업의 활로 강소기업

동아일보입력 2013-01-09 03:00수정 2013-01-0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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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경쟁력, 대기업의 90%까지 높여 재도약 디딤돌로
독일은 1990년대 중반까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불렸다. 막대한 복지 지출로 재정은 늘 적자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했다. 3만 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독일 경제는 2000년대 들어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쪼그라들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고지를 넘어서면서 ‘40-80클럽(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인구 8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했다. ‘유럽의 병자’에서 글로벌 리딩(global leading) 국가로 발돋움한 것.

독일 경제가 부활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강소(强小)기업’들이 떠받친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었다. 전문가들은 저(低)성장의 먹구름이 드리운 한국이 40-80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40-80국가로 이끈 강소기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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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에너지시스템 공급 업체로 설립된 독일의 SMA는 2003년까지만 해도 매출액 1억 유로(약 1400억 원) 수준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10년 만에 세계 태양광 전력변환장치(인버터)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연 매출(2011년 기준)은 17억 유로(약 2조400억 원). 피에르파스칼 어본 SMA 대표는 “태양에너지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10여 년 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한 것이 급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1995년 500여 개였던 독일 내 강소기업은 2000년대 초반 크게 늘어나기 시작해 2010년에는 1500여 개에 이르렀다. 이는 ‘통일 후유증’을 앓던 독일이 경제부흥기를 맞으며 40-80국가로 도약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늘어난 강소기업은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고(高)부가가치 첨단산업에서 탄생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국가들은 하나같이 중소기업이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40-80클럽 국가인 미국 독일 일본 가운데 미국과 독일은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대기업보다 높았다. 또 국민소득 4만 달러,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들도 대부분 중소기업 효율성이 대기업의 90% 수준을 유지했다.

40-80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초라한 수준이다. 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독일의 52.9%, 미국의 59.4%에 불과했다. 또 한국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대기업의 68.3% 수준으로 조사 대상 59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40-80클럽에 진입하려면 이를 선진국 수준인 9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40-80국가들의 강한 중소기업 기반은 세계적 경제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저력을 발휘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조정, 근로시간 감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기 쉽다”며 “이런 점 때문에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는 불황기 때 내수침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중소기업 기반을 갖춘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전자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독일의 강소기업 ‘리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에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울프람 에버하르트 리탈 홍보부장은 “일시적인 경영난이 있었지만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일자리 수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높은 기술력과 우호적인 노사관계가 불황을 이겨낸 힘”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경쟁력 끌어올려야 40-80 가능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강소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 한국이 40-80국가로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549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85.6%다. 취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일자리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과 비교해 11.5% 늘어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 수 증가(32.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고용증가율이 6.5%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 경제가 책임져야 할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통일 이후를 고려할 때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실업률 급증→내수 침체→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처럼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한국 경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40-80국가들처럼 탄탄한 중소기업 기반을 조성하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첨단 기술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0-80국가 대부분은 R&D 지원을 뼈대로 한 중소기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2005년 ‘모노즈쿠리(제조업) 국가비전 전략’을 수립해 전자제품 등 20여 개 기술 관련 기업에 R&D 자금 지원을 집중했다. 독일은 자체 연구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연구시설은 물론이고 대학,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産學) 연계를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리처드 대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공학)는 “미국에서는 중소기업이 매일 대학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며 “대학들이 새롭게 만드는 특허의 30% 이상은 종업원 1000명 이하 회사로 전달돼 상품화 사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R&D 지원을 통한 강소기업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출연금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 R&D에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선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등 ‘보호 일변도’로 짜인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정부들이 수많은 중소기업 정책을 쏟아냈는데도 강소기업 육성에 실패한 주요 원인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까지 모두 보호하려던 데 있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납품에 주력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부족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좌승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삼성은 1960년대 삼성상회에서, 현대는 1930년대 쌀가게에서 시작한 회사”라며 “금융지원을 하든, 세금을 감면하든 성과가 좋은 기업을 지원해야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세계시장에서 제2의 삼성, 현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조업 경쟁력 6위… 3년 연속 하락, 中企 기술력 끌어올려야 새 길 열려 ▼
한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0.6%(2010년 기준)로 독일(20.9%), 일본(19.5%)보다도 높다. 또 전체 수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이른다.

제조업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탈출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해오던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3년 세계 제조업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제조업경쟁력 순위는 6위로 3년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 같은 조사에서 2010년 3위, 2011년에는 5위를 기록했다.

기술경쟁력 역시 낮은 수준이다. 2010년 한국의 기술무역수지 배율은 0.33%로 통계가 집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기술무역수지 배율은 기술 수출액을 기술 수입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술경쟁력이 낮다는 의미다. 40-80클럽 국가인 일본은 4.6%로 한국의 14배에 이르며 미국은 1.46%, 독일은 1.21%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제조업경쟁력이 빠르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이 제조업 지원 강화에 나서면서 한국 제조업이 ‘샌드위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경제위원회 산하에 제조업정책국을 설치하고 제조업체 법인세율을 최대 25% 인하하는 등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일본경제재생본부를 신설했다. 일본은 제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세제 혜택 특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0%대 생산증가율을 보이며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 제조업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증가율은 지난해 2,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뒷걸음질쳤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국내 대기업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는 것도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업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박중현 경제부 차장
▽팀원=김유영 이상훈 문병기 황형준
유성열 경제부 기자
박형준 도쿄 특파원

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제조업#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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