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300마력을 소화하는 견고한 차체… 살짝만 밟아도 튀어 나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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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DRIVEN]쏘나타 터보

‘Turbo.’

배기가스를 이용해 엔진에 압축 공기를 집어넣는 기계장치를 뜻하는 이 단어는 불혹을 넘긴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추억’을 불러오는 감성의 방아쇠다.

1991년 10월 국내 최초의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이 들어간 현대자동차 ‘스쿠프 터보’가 나왔을 때 자동차를 좋아했던 남성들은 열광했다. 스쿠프 터보의 목격담과 도로 위에서의 용맹스러움, 국산 터보 엔진에 대한 성능 평가로 동이 틀 때까지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중년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Turbo=고성능’이라는 공식이 생기면서 당시 자동차용품점에선 ‘Turbo’ 스티커가 인기였고 그 스티커를 붙인 가짜 터보 자동차가 도로에서 심심치않게 보였다. 스쿠프 터보가 단종됐던 1995년엔 남성 보컬 듀오 ‘터보’가 ‘280Km/h SPEED’라는 1집 앨범으로 데뷔를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새롭게 탄생한 ‘쏘나타 터보’의 시트 등받이에는 스쿠프 터보에 있었던 것과 같이 ‘Turbo’라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세련된 터보 디자인

과감하고 파격적인 YF 쏘나타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면서 다른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이 인내할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의 한계치도 훌쩍 높였다. 웬만큼 ‘험악한’ 인상의 자동차가 나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부여한 셈이다.

그런데 YF의 후속작인 LF 쏘나타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파격은커녕 차분하고 단정한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LF 쏘나타는 기계적인 상품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보수적인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상’이라는 존재감을 충분히 주지 못했고 판매는 예상을 빗나갔다.

하지만 쏘나타 터보의 디자인은 심심한 외모에 갈증을 느끼던 부분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다. 앞모습은 블랙베젤(검은색 테두리)로 처리된 전조등과 함께 인테이크 그릴(공기흡입구)의 라인이 4개에서 3개로 줄어들면서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범퍼 하단부에 비행기 날개 모양의 라인이 추가된 것도 포인트.

뒷모습은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LF 쏘나타 디자인의 최대 약점이었던 브레이크 램프에 발광다이오드(LED)가 추가돼 세련미를 높였다. 트렁크 붙은 스포일러와 4개의 머플러 팁, 디퓨저 스타일의 범퍼 언더커버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이제야 신상 같은 느낌이 든다.

실내로 들어가면 몸을 감싸는 듯한 디자인의 스포츠 시트와 오렌지 색상 스티치가 눈에 띈다. 운전대도 스포츠 타입이다. 계기반의 속도계와 엔진회전계는 슈퍼카의 것처럼 바늘의 영점이 6시 방향을 향하고 있다. 터보 모델만을 위해 마련한 깨알 같은 실내 소품들이 감각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대시 보드의 디자인이 너무 완고하게 보여 이 같은 노력을 반감시키는 것이 아쉽긴 하다.

터보로 출력 갈증 해소

LF 쏘나타를 가장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은 차체의 완성도다. 초고장력 강판의 사용비율을 크게 늘리고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 전반적인 강성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 YF 쏘나타의 차체는 200마력을 겨우 견뎌낼 수준이었는데 LF 쏘나타는 고속주행과 서킷주행을 해본 결과 300마력은 충분히 소화할 능력을 갖췄다.

견고하게 버텨내는 차체 때문에 2L급 일반 가솔린 엔진의 168마력은 더욱 왜소하게 느껴졌다. 특히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높이기 위해 자동변속기가 상위 단수로는 빨리 변속되고 가속페달을 웬만큼 밟아서는 아래 단수로 내려가지 않도록 세팅돼 있어서 더욱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행히 245마력의 쏘나타 터보는 이런 갈증을 80% 정도 해소시켜 준다. 기대만큼 신나게 달려주지는 않지만 적당히 스포티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1350rpm부터 최대의 회전력이 나오기 때문에 마치 3.0L급 엔진이 들어간 것처럼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충분한 가속이 나온다. 이런 회전력 덕분에 시속 100km는 1800rpm 정도로 달릴 수 있다. 변속도 적극적이어서 발끝에 약간만 힘을 줘도 아래 단수로 바뀌며 튀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6.9초로 측정됐다. 서울 시내에서 연비는 L당 8.5km,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했을 때는 14.9km가 나왔다.

스포츠 세단 수준의 움직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차체에 기본 모델보다 강화된 서스펜션(현가장치)이 들어가면서 좋은 궁합을 보였다. 부드러움은 약간 희생됐지만 고속주행 안정성과 핸들링은 확실히 향상됐다.

커브길을 빠르게 달리거나 차로를 급하게 바꿀 때 일반 모델보다 한 템포 빨리 반응한다. 차체가 좌우로 출렁거리는 롤링이 감소하고 후륜의 출렁거림도 줄어들어 스포티한 운전을 할 때 안정감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시속 200km에서도 안정감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고 어느 정도는 버텨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반 중형 세단과 스포츠카의 중간쯤에 있는 스포츠 세단에 턱걸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갈 때 승차감이 일반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조향 감각 역시 향상됐다. 일반 모델은 칼럼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C-MDPS)이지만 터보 모델은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R-MDPS는 원가가 높지만 조타감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덕분에 고속주행에서 직진성이 좋아졌고 핸들링도 정교해진 느낌이다.

출력과 디자인 핸들링 등 자동차의 모든 측면이 업그레이드된 만큼 가격은 만만치 않다. 시승했던 쏘나타 터보는 익스클루시브 트림(3210만 원)에 내비게이션 시스템 패키지(95만 원)와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110만 원), 파노라마 선루프(105만 원)가 들어가 있어 최종 가격은 3520만 원에 이른다.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금액이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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