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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잊지마, 네가 이길 상대는 너라는 걸” 日만화 ‘이니셜D’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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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잊지마, 네가 이길 상대는 너라는 걸” 日만화 ‘이니셜D’ 완결

동아일보입력 2013-08-06 03:00수정 2013-08-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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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완결… 車산업에 주는 메시지
두부배달 소년 후지와라 다쿠미는 내리막길 경주만 한다. 엔진 출력이 부족한 낡은 차로는 최신 스포츠카와 오르막길 경주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배경은 늘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캄캄한 밤이다. 시게노 슈이치·고단샤 제공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한국에서는 ‘따라하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가 붙을 일들만 골라 한다. 자동차 개조, 무면허 운전, 일반도로 경주 등등. 1995년 첫 연재를 시작한 뒤 18년 만에 막을 내린 일본 자동차 경주 만화 ‘이니셜D’ 얘기다.

이 만화에 일본은 물론 세계 자동차 팬들이 열광했다. 만화는 일본에서만 4800만 부가 팔렸고, 한국에서도 40만 부가 팔리면서 ‘스테디셀러’가 됐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졌고 각국 자동차 문화에 적잖게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일본 고단샤(講談社)의 만화잡지인 주간 영매거진에 마지막 편이 실리며 완결됐다.

만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주인공인 ‘후지와라 다쿠미(국내 번역명 탁미)’는 중학생 때부터 무면허로 운전을 배웠다. 홀몸으로 두부가게를 운영하며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분타의 두부 배달을 돕기 위해서였다. 두부 배달이 심심했던 다쿠미는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운전해 내려오면서 엄청난 운전 기술을 익힌다. 그러고는 이후 일본 시골의 고갯길에서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공공도로 경주, 이른바 ‘공도(公道)경주’에서 낡은 자동차로 최신 스포츠카를 하나씩 꺾어나간다.


도요타, 만화속 ‘AE86’ 후속모델 출시
○ 신모델로 다시 태어난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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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쿠미와 함께 이 만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자동차다. ‘후지와라 두부점’이라는 촌스러운 가게 로고를 붙인 도요타자동차의 ‘AE86 스프린터 트루에노’. 1983년 첫 모델이 발매된 뒤 1987년까지 팔린 후 단종됐다. 뒷바퀴 굴림식 스포츠카였고 도요타의 준중형차인 코롤라를 기반으로 만들어 값도 싼 편이라 입문용 스포츠카로 인기였다. 이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고성능 스포츠카 경쟁이 불붙으면서 AE86은 만화의 배경인 1990년대 후반에는 시대에 뒤진 차가 된다.

하지만 주인공 다쿠미는 이 낡은 차로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 혼다의 ‘NSX’, 마쓰다의 ‘RX-7’ 등 쟁쟁한 명차들과 승부를 겨뤄 승리한다. ‘비싼 차보다는 운전 실력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세계 젊은이들이 이 메시지에 열광했다. AE86은 단종된 지 26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고차시장에서 아직까지도 200만 엔(약 2255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도요타는 지난해 ‘86’이란 이름의 후속 모델을 새로 개발해 선보였다. 이니셜D의 주인공 AE86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복원했다. 도요타 측은 이 차를 다시 출시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최근 면허를 따지 않는 젊은층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어 젊은이들에게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신형 86은 지난해 5월 한국 시장에도 선보였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이병진 홍보팀 이사는 “86 출시를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조사했는데 국내에도 상당한 이니셜D 마니아층이 있었다”며 “신형 86을 처음 공개할 때 구형 86을 함께 전시하고 이니셜D 레이싱게임 체험 행사를 준비했더니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차는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뒤 올해 6월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7만2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 이니셜D에 빠진 자동차 마니아들

지난해 새로 선보인 ‘86’. “86은 드라이버를 키우는 차”라는 이니셜D의 대사처럼 86을 내놓은 건 젊은이들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최근 국내에서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이니셜D의 영향을 받았다. 2001년 첫 회는 미국의 거리 경주가 배경이었지만 2003년 속편이 크게 실패해 시리즈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06년 감독을 교체하는 큰 변화를 두면서 3편 ‘도쿄드리프트’가 나와 대성공을 거둔다. 배경은 일본, 수많은 일본 자동차들이 드리프트(코너를 돌 때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기술)로 거리 경주를 벌였다. 이때 영화 속 핵심 운전기술인 드리프트 방법과 현실성에 대해 도움을 준 사람은 일본 최고의 드리프트 드라이버로 꼽히는 쓰치야 게이치 씨다. 그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드리프트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해 보였다.

‘하시리야(走り屋·달리는 사람들)’라고 불리는 길거리 경주 마니아 문화도 이니셜D와 관계가 깊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스트리트 레이싱’이 값싼 일본 스포츠카들이 등장하면서 일본에서 하시리야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게 되는데 이니셜D는 바로 이 하시리야 얘기를 다룬 것이다. 이니셜D가 일본을 넘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로 퍼져 나가면서 거리 경주 문화도 아시아로 퍼졌다.

○ 자동차 산업과 카레이서들에게 큰 영향


이니셜D의 연재가 시작된 1995년은 일본차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던 시기다. 일본차는 1980년대에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데 이어 1990년대 중반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특히 이니셜D에 등장한 닛산 스카이라인이나 혼다 NSX 등은 일부에서 미국과 유럽 차의 성능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본 차 업체들은 당시 아예 미국과 유럽보다 한발 앞선 차를 만들겠다며 경쟁적으로 고성능 경주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현대자동차가 1990년대 중반 무렵의 일본 수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량에서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후륜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만들어 판매한 게 좋은 예다. 스포츠쿠페 ‘벨로스터’ 등 젊은 자동차 마니아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신차도 등장했다.

현대차는 또 국내 모터스포츠대회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을 주관하며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경주용 차량 ‘i20’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며 내년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경주대회 가운데 하나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출전할 계획을 세웠다. 1990년대 내수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만이 아닌 자동차 마니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던 일본 자동차 업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니셜D는 일본과 세계 각국의 자동차 마니아들을 들뜨게 했다. 18년의 세월 동안 그들은 만화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쿠라 모터스포츠 소속의 카레이서 강병휘 씨는 “이니셜D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니셜D의 영향을 받지 않은 카레이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이진석 기자 sanhkim@donga.com


#이니셜D#자동차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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