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GS칼텍스 경질 제품 트레이딩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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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戰士… 10명이 年1억배럴 수출 어떻게?

GS칼텍스의 심대용 경질 제품 트레이딩팀장(왼쪽)과 팀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회의실에서 제품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경질 제품 트레이딩팀은 모두 10명이지만 2명은 다른 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8명만 회의에 참석했다.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의 심대용 경질 제품 트레이딩팀장(왼쪽)과 팀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회의실에서 제품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경질 제품 트레이딩팀은 모두 10명이지만 2명은 다른 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8명만 회의에 참석했다. GS칼텍스 제공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은 대한민국 수출 1위 품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1년 4분기(10∼12월)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6분기 연속 자동차와 반도체 등을 제쳤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석유제품 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도 우리나라 석유제품이 ‘잘나가는’ 배경에는 한 가지 키워드가 숨어 있다. 바로 ‘고객 맞춤형’이다.

GS칼텍스 경질 제품 트레이딩팀은 심대용 팀장(41)을 포함해 모두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경질 제품은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나프타 등을 말한다. 지난해 이들의 손을 거쳐 해외로 나간 석유제품은 모두 1억577만 배럴, 금액으로는 약 143억 달러(약 16조 원)를 웃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에서 이 ‘석유 전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정유산업은 대표적 굴뚝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까다롭고 섬세하다”고 입을 모았다.

○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

대규모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원유의 끓는점을 조절하거나 다양한 첨가제를 넣어 각 제품의 생산량과 특성을 조절한다. 같은 휘발유라도 황의 함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항공유도 일반항공기용, 전투기용, 항공모함 전투기용이 모두 다르다.

GS칼텍스는 2011년 초겨울 핀란드의 A사로부터 독특한 제안을 받았다. ‘혹한에도 얼지 않는 경유’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북유럽 국가는 혹한기가 오면 경유 차가 멈춰 서는 일이 잦아 ‘얼지 않는 연료’에 대한 요구가 컸다. 트레이딩팀원들은 곧바로 공장과 협의에 들어갔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A사가 요구한 규격과 비슷한 것들을 우선 추려냈다. 뜻밖에 항공유 반제품(직접 판매하지 않고 다른 제품과 섞어서 파는 제품) 중 유력한 후보가 발견됐다. 항공유 역시 높은 상공에서도 얼지 않아야 하는 특성이 있어 몇 가지만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수공장에서 제품 및 공정테스트가 완전히 끝나 최종 ‘생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5월 항공유로 만든 ‘자동차용 경유’가 처음으로 A사에 공급됐다. GS칼텍스는 작년 9월까지 이 제품을 A사에 대량으로 판매했다. 백창훈 과장(38)은 “지난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항공유 수요가 많이 감소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특수목적유로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프리미엄’(기준 가격에서 더 받는 금액)을 아주 높게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공급

올 1월 일본에서는 ‘등유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대규모 정유시설에 문제가 생겨 현재까지도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일본 자체 생산량으로는 이례적 한파로 크게 늘어난 난방용 등유 수요를 제때 맞출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웃인 데다 대규모 정유시설들을 갖춘 한국에 ‘구조신호’를 보내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한국 역시도 한파로 인해 등유가 남아돌 리 없었다. GS칼텍스에도 일본의 B, C사가 잇달아 물량 공급을 긴급하게 부탁해 왔다. 먼저 연락이 온 B사에만 우선 30만 배럴을 판매하기로 했지만 장기간 협력관계를 맺어온 C사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C사에 등유를 공급하려면 경유 생산량을 상당부분 줄여야 했다. 워낙 대규모 시설이라 공장 운영 계획을 갑자기 수정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수공장을 몇 번이나 설득해 결국 30만 배럴의 등유를 추가로 생산해 일본으로 보냈다. 물론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서였다. 심 팀장은 “일본의 등유 수급난이 심각했던 2000년대 중반 이래 올해 가장 비싼 값을 받고 등유를 판매했다”며 “우리로서는 큰돈을 벌고 고객사로서는 재고 바닥의 위험을 피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말했다.


▼ ‘고객 맞춤’으로 작년 16조원어치 수출 ▼

○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판매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해외 정유사들도 한 가지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확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물량을 많이 사두었는데 수요가 따르지 않아 재고를 축적해 두는 것 자체가 경영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가지 제품을 조금씩 주문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6월 초 GS칼텍스는 호주의 D사에 30만 배럴 규모의 유조선에 휘발유 2종류와 경유 등 3가지 제품을 한꺼번에 실어 보냈다. 4월에는 필리핀 E사의 요구에 따라 한 선박에 4가지 제품(휘발유 2종류, 항공유, 등유)을 선적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석유제품을 한꺼번에 보내는 것은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다. 유조선에 제품별로 따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 공장에서도 단기간에 여러 제품을 만드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출항 전 규격 심사에서 한 제품이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배 전체가 떠나지 못하는 부담도 있다. 이 때문에 4가지 제품을 한 유조선에 싣고 가는 것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는 게 정유업계 얘기다.

이창배 GS칼텍스 원유·제품부문장(상무)은 “정유사의 경쟁력은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 제품’을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 시기’에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GS칼텍스#고객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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