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10·끝>‘코리아 키즈’ ‘차이나 키즈’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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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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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손 놓지않던 韓中 새싹들… 이런 인연이 ‘하오펑유’ 만든다

중국 항저우 시를 방문한 전남 보성초등학교의 정연화 교사(서있는 사람 중 맨 오른쪽)가 8일 중국 시쯔후 초등학교에서 ‘한중일 공동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보성초교 제공
중국 항저우 시를 방문한 전남 보성초등학교의 정연화 교사(서있는 사람 중 맨 오른쪽)가 8일 중국 시쯔후 초등학교에서 ‘한중일 공동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보성초교 제공
8일 중국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시 시쯔후(西子湖)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한중 교류’가 있었다. 전남 보성군 보성초등학교 4∼6학년 학생 40명이 중국 학생들과 함께 음악 미술 체육 수업을 한 것. 9일에는 인공호수 시후(西湖)호를 함께 둘러보고 차 박물관에서 다도체험학습을 함께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남도교육청과 중국 저장 성이 교육협력사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올해 처음 실시한 사업이다. 올가을에는 중국 시쯔후초등학교 학생들이 보성초등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학생들을 인솔한 보성초 정경호 교사는 “처음 만났을 때 서먹해하던 아이들이 이틀쯤 지나자 한번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지더라”며 “한중 교류의 미래가 보이는 듯해서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홈스테이’로 머문 3박 4일의 일정을 마친 뒤 정 교사는 “이렇게 맺은 인연이 하오펑유(好朋友·좋은 친구)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초중등 학생들의 교류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한중 교류는 경제활동 인구를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 성년(成年) 나이에 해당하는 수교 20주년을 맞은 만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때라는 것이다. 중국을 이해하는 ‘차이나 키즈’, 한국을 이해하는 ‘코리아 키즈’ 육성은 양국의 미래협력관계를 강화할 장기적 대안으로 중요하다.

○ ‘한중 키즈’ 교류 프로그램은 아직 걸음마

수교 20주년이 됐지만 초중등 학생 교류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은 2008년부터 매년 여름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의 중고교생 20여 명을 초청하는 ‘중국 청소년 초청 역사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중국 2개 성에서 추천 받은 학생들이 방한한다.

시민단체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역사연대)는 올해로 10회를 맞은 ‘한중일 청소년 역사체험 캠프’를 운영 중이지만 각국에서 중고교생 40명 정도가 참여하는 수준이다. 중앙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직접 나서 진행하고 있는 ‘국가간 청소년 교류사업’이나 ‘한중 청소년 특별교류’ 사업은 교류인원이 각각 40명과 500명에 이르지만 20세를 넘긴 성인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시아역사연대 최인영 부장은 “역사캠프에 참여한 중고교생들은 국가간 갈등 문제를 토의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더 공부해서 서로 이해하자’는 태도를 보인다”며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초중등 학생들의 교류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직접 왕래뿐 아니라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교류도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중국 교육부는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중 학생들의 양국간 문화 이해 제고와 언어 교육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상대 국가에 교사를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중국은 올해 200명의 중국어 교사를 보내기로 하고 4월 1차로 140명의 교사를 파견했다. 이들은 현재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돼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9월에는 60명이 추가로 온다. 한국은 9월에 43명을 산둥성(山東) 성과 헤이룽장(黑龍江) 성에 파견한다. 그러나 양국간 교사 교환 파견 프로그램은 2015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 “미래에 대한 투자… 교류 전담 부서 필요”

민간에서 한중 초중등 교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체제가 달라 협력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역사 문제로 갈등이 깊지만 일본에는 한국 측과도 뜻을 같이 하는 시민활동가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교류가 쉬운 편이다.

이 때문에 ‘차이나 키즈’ ‘코리아 키즈’ 육성을 위한 한중 교류에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나 교육청 등에 중국 교류를 지원하는 전담부서나 장학관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실제 교류 사업을 진행하려면 한중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 제작이나 참가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 등이 필요한데, 이를 개별 교사의 역량에만 맡기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재원 부족으로 초중등 교류 프로그램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장준하기념사업회 이준영 상임운영위원은 “한국과 중국의 아이들이 친구로서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국가나 사회가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교류가 진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역사 인식에 대한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한중일 삼국은 지정학적으로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서로 원활히 잘 지내기 위해서는 한중일 역사에 대한 자기 관점을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코리아 키즈#차이나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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