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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달러 시대 성장 코리아의 신화]<4>신흥국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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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달러 시대 성장 코리아의 신화]<4>신흥국을 선점하라

동아일보입력 2011-11-17 03:00수정 2011-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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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지갑은 열려있다” 현지화 전략으로 수출한류 돌풍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신흥시장 개척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지만, 신흥국 중산층이 한국 제품을 찾았다.

김두영 KOTRA 브라질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브라질의 한 고위 관료가 사석에서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시장의 질을 높였다’며 고마워하더라”고 말했다. 현지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그간 자국에서 퇴역한 낡은 모델, 그나마 에어컨도 안 달린 이른바 ‘깡통 차’를 브라질 시장에 내다팔았다.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중산층이 매우 얇아 고급 수입차와 저가차로 양분된 신흥 시장의 상황을 이용한 것이었다.

○ 신흥시장 바꾸는 현대차와 LG상사

현대차는 2006년 0.4%에 불과하던 브라질 시장점유율을 5년 만에 3%대로 끌어올렸다. 2004년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며 두꺼워진 브라질 신흥 중산층을 현대차가 적절하게 파고든 것이다.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검은색 ‘툭송(투싼의 브라질식 발음)’은 성공의 상징으로 통한다. 현지 현대차 딜러인 아이불 올랜디니 씨는 “현대차는 에어컨, 오디오는 물론이고 고급 옵션이 대부분 기본으로 달려 있고,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길어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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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연간 15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현지 공장을 짓고 브라질 시장만을 노린 특화 모델 개발에 나서자 피아트, 폴크스바겐, GM 등 기존 메이저 회사들도 부랴부랴 신차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 쇼크’가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체질을 바꾼 셈이다. 브라질 정부가 다음 달에 수입차에 대한 공업세를 30% 인상하기로 한 것도 현대차 돌풍에 겁먹은 미국·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의 정설이다.

LG상사는 무역업을 통해 다져온 글로벌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978년부터 해외 플랜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산유국에서 잇달아 대형 플랜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LG상사가 2009년 12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투르크메니스탄 국영가스회사인 투르크멘가스가 발주한 14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가스처리 플랜트 공사를 따낸 것은 대표적인 예다.

2000년대 들어 LG상사가 성사시킨 해외 플랜트 수출 중 10억 달러가 넘는 것은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처리 플랜트를 포함해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16억 달러), 오만 아로마틱스 플랜트(10억 달러) 등 3건에 이른다. LG상사의 핵심역량인 영업능력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에서 새로운 ‘금광’을 발견한 것이다.

○ 베트남 유통 최강자 꿈꾸는 롯데마트

2006년 롯데마트가 신흥 유통시장 개척을 위해 베트남에 진출한다고 선언했을 때 국내외 유통업체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강력한 시장보호정책을 쓰는 베트남 정부가 외국 유통기업 진출에 매우 엄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빅시와 독일 메트로가 진출 10년이 넘도록 점포를 10여 개밖에 두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2008년 12월 호찌민 시 7개 군에 문을 연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보면 이런 우려가 무색해진다. 평일 낮에도 쇼핑을 나선 주부들은 물론이고 볼링장, 영화관, 식당가를 메운 젊은이들로 3개 층의 대형 매장이 북적인다. 지난해 7월에는 호찌민 도심에 2호점인 푸토점도 개점했다. 홍평규 법인장은 “베트남은 월마트와 까르푸가 7년 전부터 시장을 탐색하면서도 개점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곳이지만 신흥국 중에서도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익숙지 않은 베트남 사람들을 롯데마트로 끌어들인 힘은 철저한 현지 시장 연구였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식품 매출이 70% 이상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식재료는 재래시장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므로 공산품 판매 비중을 60∼70%로 높였다. 아직은 시장의 수준이 품질보다 가격을 따지는 상황이라서 한국보다 더 철저한 최저가 정책도 펼치고 있다.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20개 품목은 매일 가격 조사를 통해 경쟁업체보다 싼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베트남은 대도시라도 마땅한 놀이 공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강화한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부유한 엄마’ 고객을 잡기 위해 곧 정원 200명 규모의 캐나다 영어유치원도 입점시킬 예정이다.

○ 신흥 소재시장 개척하는 삼양사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칭푸공업단지에 있는 삼양사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공장은 중국인 생산직원들이 내뿜는 열기가 뜨겁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란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고기능 소재. 2006년 이곳에 삼양공정소료 유한공사를 세우고 중국에 진출한 삼양사는 현재 상하이 시내에 있는 영업소와 선전(深(수,천))에 있는 사무소, 이곳 공장을 포함해 80여 명의 직원이 연간 1만4000t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들어 6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양사의 상하이 공장이 신흥시장 개척에서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는 대부분 자동차나 전자제품 같은 완제품 공장들이 주목을 받지만 이런 공장들이 진출하려면 우수한 소재 공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양사도 중국에 공장을 둔 폴크스바겐, GM상하이, 삼성전자, 기아차, 대만 노트북기업 등을 염두에 두고 이곳에 진출했다. 진출 초기에는 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 납품을 했지만 점차 글로벌 영업을 확대해 지금은 생산량의 40% 이상을 외국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소재 공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다 보니 관련 규정도 허술하고 중국 소재공장들의 견제도 심하지만 삼양사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소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공장의 연구개발(R&D) 능력에 힘입어 다양한 색상, 고강도, 불연성 등을 갖춘 고급 소재를 만든다. 특히 투명해서 자동차 헤드램프에 많이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는 외국 기업에 인기가 많다. 박순철 삼양공정소료 대표는 “삼양사는 지난해 헝가리에도 소재 공장을 만들었으며 앞으로 인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상하이=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상파울루=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이런 현실]신흥국 수출 급증했지만 中에 3분의 1 편중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3010억38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72.6%에 이른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1138억1000만 달러로 27.4%. 신흥국 수출이 3배에 가까운 규모인 것이다. 증가세 역시 신흥국 쪽이 높다. 2009년과 2010년을 비교해 볼 때 일본으로의 수출은 29.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중국으로의 수출은 34.8%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 경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점을 알아낼 수 있다. 무역협회의 ‘한국무역통계’상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205개국 전체의 수출비중이 72.6%인데 중국 한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4.0%에 이른다. 나머지 204개국으로의 수출액을 모두 합쳐봐야 대중국 수출액의 2배에 그친다는 뜻이다.

한국이 중국 다음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신흥국인 홍콩의 수출 비중은 고작 5.5%. 이어 싱가포르 3.8%, 대만 3.4% 순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인도네시아(2.4%)와 인도(2.3%) 등의 비중은 미미하다.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의 수출도 덩달아 둔화될 수밖에 없다.
▼ [이런 대안]이란-멕시코 등으로 시장 다변화 절실… ▼
정부가 ‘정보수집가’ 돼 기업부담 줄여야


갈수록 커지는 신흥국 시장을 둘러싼 한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사진)은 “인도나 브라질처럼 이미 검증된 신흥국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은 신흥국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신흥국들을 ‘넥스트 일레븐’(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이란 등 11개국), ‘마빈스’(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박 위원은 일본 등에 맞서 새로운 신흥국을 개척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거시적인 정책만 세우기보다는 신흥시장의 세세한 정보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수집가’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박 위원은 단기적으로 흑자만 노릴 것이 아니라 신흥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원 개발 등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야 소득수준이 높아져 우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 선순환 환경이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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