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김성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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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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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테마주 기승 이례적… 감시 총력”

김성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이 주가가 이상급등한 종목의 주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부장이 이끄는 시장감시부는 하루 평균 130∼150개의 분석대상 종목을 가려내 집중 감시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성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이 주가가 이상급등한 종목의 주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부장이 이끄는 시장감시부는 하루 평균 130∼150개의 분석대상 종목을 가려내 집중 감시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치권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10월 26일) 열기가 뜨거운 곳이 있다. 바로 증권가다.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시장 후보들을 둘러싼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철수 테마주가 한바탕 시장을 휩쓸고 가더니 이제는 ‘박원순 테마주’와 ‘나경원 테마주’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코스피가 폭락한 4일에도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되면서 관련 주식들은 급상승을 보였다. 박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지냈던 풀무원홀딩스도 이날 14.87%나 뛰어 3만5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표이사가 박 변호사와 경기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다는 사실 때문에 관심을 모은 휘닉스컴도 14.77%가 올라 2215원으로 장을 마쳤다.

단순한 열기를 넘어서 대표이사와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동문이라는 이유 하나로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자 거래소는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년 넘게 시장감시본부에서 근무해 온 김성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 정도로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시장이 워낙 침체된 상황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테마주’라는 재료에 더 기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상 급등현상이 눈에 띄지만 불공정 거래를 잡아내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 그는 “20여 명의 시장 감시 인력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 개인들까지 몰려든 상황이라 시세를 조종하는 특정 계좌를 걸러내기가 매우 힘들다”고 전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도 시장 감시를 무력화하는 골칫덩어리다. “예전에는 루머가 1 대 1로 전달된다면 이제 SNS를 통해 순식간에 수백 명, 수천 명으로 퍼지는데 워낙 그 속도가 빨라 루머의 진원지를 찾기가 힘듭니다.”

테마주 열풍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서 ‘올림픽 테마주’ ‘원자력 테마주’ 등 시장에는 끊임없이 테마주가 존재해왔다. 우리 주식시장에 이처럼 테마주가 유독 빈번한 이유는 뭘까. 김 부장은 기본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경향이 있고 단기투자 성향이 높다 보니 테마주가 자주 형성된다고 진단했다. “목표수익률을 연 40∼50%로 잡으니 연 5∼10% 수익에는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박주’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다 풍문에 이끌려 투자를 하고 결국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장감시부는 매일매일 주가 추이 등을 살펴 눈여겨봐야 할 분석대상 종목을 선정한다. 최근에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코스피 종목 50여 개 등 130∼150개 종목이 선정되고 있다. 그중 추가 조사가 필요한 종목은 금융위원회에 통보된다. 그는 테마주 열풍의 최대 피해자는 개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하나와 근거 없는 풍문으로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아직까지도 한국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근거 없이 상승한 종목의 가격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합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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