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삼양사 성종혁-이경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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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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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끝난 뒤에도 사내 봉사모임 축구동아리 참여 緣 이어나갔죠”

《 흔히 회사는 딱딱하고 피 말리는 조직으로 여겨진다. 일부 기업의 인턴제도에 대해서는 ‘기업이 인턴사원의 단물만 빨아먹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여기 “인턴생활을 통해 회사가 가족처럼 따뜻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도 있다. 삼양사의 대학생 인턴을 경험한 뒤 공채 문을 두드려 정사원으로 입성한

이경훈(29·재경실 회계팀), 성종혁 씨(27·식품사업부 기술영업팀)가 주인공이다. 》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삼양사에서 7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하반기 공채로 정식 입사한 성종혁 씨(왼쪽)와 이경훈 씨가 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삼양사 본사에 있는 제품전시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삼양사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삼양사에서 7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하반기 공채로 정식 입사한 성종혁 씨(왼쪽)와 이경훈 씨가 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삼양사 본사에 있는 제품전시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삼양사
식품공학을 전공한 성 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오매불망 삼양사만 바라본 순정파다. 성 씨는 “대학 저학년 시절부터 식품 관련 기업을 찾다보니 식품의 기본 원료를 다루는 삼양사가 시장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면서 “특히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기업문화가 마음에 들어서 2학년 때부터 매년 삼양사 취업설명회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성 씨는 4학년이던 2008년 여름에 고민할 것도 없이 삼양사 인턴에 지원했다.

인턴 동기인 이 씨 역시 삼양사의 따듯한 기업문화와 인재를 중시하는 복리후생에 반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회사라면 경쟁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삼양사 직원들은 경쟁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특히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던 이 씨는 인턴시절 ‘대학생들에게 삼양사를 잘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하는 일을 맡았다. 설탕이나 밀가루 등 주로 주부들에게 친숙한 삼양사를 어떻게 하면 젊은층에게 알릴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맸다. 이 씨가 꺼내든 아이디어는 단체수련회 등 여행을 가는 대학생들에게 삼양사의 ‘해물파전 믹스’처럼 안줏거리가 될 제품을 지원하자는 것. 비록 실행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대학생다운 참신한 발상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얻었다.

성 씨는 인턴시절 식품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신제품 제안이나 개발과 관련된 회의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무슨 회의를 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이해가 잘 안 됐다. 하지만 일단 회의 내용을 모두 적어서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회의록을 e메일로 보냈다”면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도 공부가 됐고, 어떤 분들이 회의에 참석했는지도 알게 됐고,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인턴 마지막 발표 과제는 ‘여름철 매출 향상 방안’이었다. 삼양사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호떡 믹스’ 등은 겨울철 성수기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이스크림 믹스’라는 비장의 무기를 만들었다. 제조법과 고객층, 마케팅 방향까지 세심하게 고민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대학시절 모 주류업체의 마케팅 공모전에서 수련회를 가는 대학생들에게 버스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수련회와 공장 견학을 접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1위를 차지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가 제안한 아이스크림 믹스는 삼양사의 사업 후보군에 올랐다.

이 씨와 성 씨는 2008년 12월 삼양사 하반기 공채에 지원했고, 두 사람은 나란히 합격했다. 두 사람은 인턴 기간 내내 선배들이 가족처럼, 또 정사원 후배처럼 챙겨준 것이 삼양사 공채에 지원하는 데 가장 큰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선배들이 자기 일도 바쁜데 일일이 가르쳐 주시고, 다른 사람의 일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이 회사에 평생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삼양사 인턴은 정규직 채용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턴 기간 내내 이들이 보여준 열의가 공채과정에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씨는 “인성 및 적성검사, 영어토론 등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공채 면접 과정에서 인턴 기간의 활동과 감상을 묻는 임원도 많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합격한 것은 물론 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지만 인턴시절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인턴활동을 하면서 삼양사 직원들의 축구 동아리와 봉사활동 모임 등을 부지런히 쫓아다닌 두 사람은 인턴이 끝난 뒤인 4학년 2학기에도 계속 축구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선배들은 공채 지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나 e메일로 조언을 해주고, 종종 밥도 사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인턴과정에서 회사 선배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을 회사생활의 큰 자산으로 꼽았다. 성 씨는 “영업을 하다 보니 마케팅, 연구소, 공장 등과 협력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부서의 선배들을 미리 알고 있으니까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내년도부터는 인턴 가운데 평가 결과가 좋은 수료자를 직접 하반기 공채에서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턴 선배로서 삼양사 인턴을 지원할 예비 후배들에게 따듯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저는 인턴 자기소개서에 저의 테마를 ‘인간관계의 꼭짓점’이라고 적었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합니다. 학창시절 5개의 동아리와 학생회, 동문회에서 활동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다져왔어요. 인턴 기간에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부서의 행사나 회식에도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면서 선배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많이 배우길 바랍니다.”(성종혁 씨)

“취업을 위해 여기저기 마구 원서를 넣기보다는 회사를 잘 연구한 뒤 소신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삼양사는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곳입니다. 저희 상사도 제가 맡은 세무 업무 분야의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격려해주십니다. 이처럼 기업의 업무와 조직문화가 자신과 잘 맞아야 후회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세요.”(이경훈 씨)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적극적인 인턴사원이 오면 팀에 새로운 에너지가 넘친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왜 다른지 설명해 달라고 찾아오고, 시키지 않아도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있다며 스스로 정리해서 발표해 보겠다고 졸라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 일과 후에도 동호회 활동 등을 경험해 보겠다고 열심히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무슨 일이든 잘할 것 같은 가능성이 느껴진다.

▽나쁜 예

인턴을 단순히 본인의 ‘스펙’을 쌓기 위한 과정으로만 생각하고 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스스로 무언가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주어진 과제만 수행하다 퇴근하는 인턴사원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턴사원 활동이 입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턴 기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님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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