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닥터]퇴직금 중간정산 받았다면…‘장기투자 자물쇠’로 채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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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이나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퇴직금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지 않을 수 없다. 퇴직금이라고 딱히 투자 방법이 다르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목돈을 허무하게 날리지 않으려면 퇴직금 투자 방식은 출발부터 달라야 한다.

얼마 전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40대의 김모 씨가 찾아왔다.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1억 원가량을 어떻게 투자해야 좋을지 방법을 물어왔다. 생애 처음으로 손에 쥐는 목돈이다 보니 자산 증식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었다. 상담하는 내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수익이 큰 것으로 흔히 알려진 투자처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필자는 증시 전망이나 투자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현실’을 먼저 보여줬다. 5년 전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받았으나 잘못된 투자로 순식간에 목돈을 날린 고객의 사례와 반대로 제대로 된 투자 아이디어로 든든한 여유자금을 갖게 된 고객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받을 때는 똑같은 퇴직금이지만 순간적인 판단으로 몇 년 뒤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중간정산의 경우 퇴직금 수령자가 실제 퇴직까지는 근무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직금 중간정산 자체가 재직 중인 직원에게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상 계속 직장에 다니면서 소득이 있다 보니 중간정산으로 받은 퇴직금의 투자를 가볍게 판단하기 쉽다. 필자가 조언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중간정산 퇴직금의 경우 장기투자로 묶어 놓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장기투자의 혜택까지 따라온다면 금상첨화다. 이에 적합한 것이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한 장기투자와 만기 시 연금 수령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IRA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본인 명의 계좌로 운용하는 제도이다. 이 상품의 장점은 장기투자를 위한 자물쇠 역할을 한다는 것과 퇴직금의 투자 기간과 연금수령 기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가 가능해 시장 변화에 맞는 운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 시까지는 주식이 편입된 금융상품에 퇴직금을 분산해 운용하고, 퇴직 이후에는 투자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다. 만약 중간에 목돈이 필요하다면 페널티 없이 중도해지도 가능하다.

퇴직소득세가 이연되어 투자 원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도 IRA의 장점이다. IRA에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은 향후 인출 시 퇴직소득세 과표에 포함된다. 그 대신 근무연수가 늘어날수록 퇴직소득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커진다. 퇴직소득세의 경우 기본공제와 근속연수공제가 커서 실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많지 않다. 간단히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퇴직금 1억 원에 20년 근속인 경우, 현재 소득세 기준으로 283만 원(지방세 포함) 정도의 세금만 내면 된다. 소득공제 등을 고려할 경우 세금 부담은 결코 무겁지 않다.

모든 투자자에게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는 금융상품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의 첫 번째 조건은 첫 단추를 잘 끼워 주는 금융상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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