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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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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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유산균 원균 찾아 삼만리… 취미까지 발효음식에 바쳐…

1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쎌바이오텍 게스트하우스에서 정명준 대표가 고기를 굽고 있다. 정 대표의 취미는 좋은 유산균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식도락 여행을 하는 것
이다. 김포=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쎌바이오텍 게스트하우스에서 정명준 대표가 고기를 굽고 있다. 정 대표의 취미는 좋은 유산균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식도락 여행을 하는 것 이다. 김포=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쎌바이오텍 게스트하우스. 사무실과 좀 떨어진 2층짜리 석조건물이다. 거실은 리조트를 방불케 하는 고급 가구와 인테리어가 눈길을 잡아끈다. 위층 주방으로 올라가 보니 이 회사 정명준 대표가 요리사와 식재료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었다.

다음 주 이곳을 찾는 덴마크 유산균 판매사 관계자들에게 현지 전통음식을 대접할 참이다. 그의 까다로운 요구에 20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정 대표는 “먼 이국땅에서 오느라 지친 고객들에게 익숙한 고향음식을 내놓으면 몇 배의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별명이 ‘식도락가’인 정 대표의 요리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중소기업계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게스트하우스를 지으면서 그는 바이어의 국적별로 그들의 전통음식을 밥상에 올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부터 덴마크, 동남아시아 음식에 이르기까지 쎌바이오텍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루지 않은 세계 요리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음식을 맛보고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은 그의 유일한 취미다. 해외출장과 기술개발로 바쁜 일정에도 주말이면 아내와 ‘맛 기행’을 떠난다. 홍어 맛을 보러 전라도로, 순두부를 뜨기 위해 강원도로 직접 가야 직성이 풀린다. 지방 구석구석을 누비기 위해 최근 차도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꿨다.

사실 음식에 대한 그의 집착은 취미의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유산균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벤처 최고경영자(CEO)답게 정 대표는 발효음식에 특히 관심이 많다.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딸 때에는 논문 주제를 아예 청국장으로 정했을 정도다. 새로운 유산균 원균을 찾아내기 위해 직원들과 2박 3일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강경 젓갈축제에서 목포 홍어축제까지 발효음식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원균을 채취한다.

막걸리 양조장과 우유를 만드는 목장은 물론이고 간혹 산후조리원까지 찾아 나서기도 한다. 신생아들이 배출하는 변에 좋은 유산균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대표는 “똑같은 조리법으로 김치를 만들어도 중국산 배추를 쓰면 맛이 다른 것처럼 유산균도 지역마다 맛과 효능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음식 맛이 뭔가 다르고 독특하다고 느껴져 실험실로 가져와 보면 색다른 유산균이 종종 발견된다”며 “유산균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미세한 맛의 차이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미까지 일로 승화시키는 정 대표의 정열에 힘입어 쎌바이오텍은 세계 유산균제품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06년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 진출해 불과 5년 만에 시장점유율 59%로 1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 시장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는 ‘이중 코팅’ 기술을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데 힘입은 것이다.

기존 유산균은 열이나 산 성분에 취약해 위에서 대부분 파괴되고 장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에 정 대표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12종에 이르는 다양한 유산균을 단백질과 다당류로 이중 코팅해 유산균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변비 등 과민성 장증후군에 잘 듣는 쎌바이오텍 유산균 제품은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벤처기업이 이처럼 세계적인 유산균 기술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995년 창사한 ‘바이오벤처 1세대’로 묵묵히 한 우물만 판 것이 한몫했다. 창사 당시 100여 개의 바이오 벤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쎌바이오텍 등 세 곳에 그친다. 정 대표는 “대학교수와 대학원생까지 바이오벤처 시장으로 진출했지만 기업가정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결국 많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쎌바이오텍의 연구개발 역량을 신약 개발로 끌고 나가려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칼슘의 체내흡수를 촉진시켜 뼈엉성증(골다공증) 치료 효과가 있는 유산균 특허를 냈다. 정 대표는 “조만간 덴마크에 현지 연구소를 짓는 한편 대장암 치료제 개발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획기적인 바이오 신약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는


△1958년생 △1980년 연세대 생물학과 졸업 △1982년 서울대 미생물학 석사학위 취득 △1992년 덴마크왕립공대 이학박사학위 취득(유산균 발효) △1995년∼현재 ㈜쎌바이오텍 대표 △2000년∼현재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2004년∼현재 한국유산균학회 부회장 △2010년 1000만불 수출탑 및 국무총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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