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강성희 오텍-캐리어에어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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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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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음악-신바람 재즈… 내겐 캄캄한 밤길의 등불”

강성희 오텍 및 캐리어에어컨 대표이사 회장이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에서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을 하면서 컴컴한 밤길을 걷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마다 음악으로 위안을 삼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강성희 오텍 및 캐리어에어컨 대표이사 회장이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에서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을 하면서 컴컴한 밤길을 걷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마다 음악으로 위안을 삼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강성희 오텍 및 캐리어에어컨 대표이사 회장(56)의 자택에 들어서자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이 좋네요.”(기자) “아, 제가 좋아하는 미국 컨트리가수 에밀루 해리스의 음반이에요.”(강 회장) 에밀루 해리스는 어느덧 65세가 됐지만 강 회장이 듣던 음악은 그 가수가 1970년대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부르던 노래들이다. 강 회장은 “경영을 하면서 컴컴한 밤길을 걷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마다 음악 감상이 위안과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
2000년 특수목적차량 회사인 오텍을 창업한 강 회장은 올해 1월 미국 회사였던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했다. 자동차, 에어컨, 오디오…. 복잡하면서도 감성적인 기계 설비란 점에서 이 셋은 다른 듯 닮은 점이 있는 듯했다.

○ 음악 감상에서 경영의 길을 묻다

사운드가 예사롭지 않았다. 응접실 한가운데에 있는 이탈리아 ‘과르네리 메멘토’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기억에 남겨야 할 것’이라는 뜻의 ‘메멘토’란 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스피커는 디자인과 음색이 오디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강 회장은 “서울 용산 전자랜드를 자주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오디오는 몇 년째 보고 또 본 뒤 구입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가 최근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해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로 만든 과정도 비슷했다. 그는 “기업의 지속경영을 가능케 하려면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회사를 적정 규모로 키우는 게 필요했다. 캐리어에어컨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인수해서 더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198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당시 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였던 ‘서울차체’에 들어갔다. 기아차 부도로 서울차체도 연쇄 부도를 맞았을 때 그는 이 회사의 영업담당 이사였다. 그가 맡고 있던 특수목적차량 부문을 떼어 내 그는 2000년 오텍을 차렸다.

“신입사원 때부터 사장이 되는 걸 꿈꿨기에 늘 사장처럼 마음먹고 행동했어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일한 게 아니라 꿈이 있어 열심히 일했어요. 그런데 진짜 사장이 되고 보니 편안하게 월급 받으며 직장생활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장의 나날이 계속됐어요. 직원과 직원 가족의 앞날이 제게 달렸으니까요. 귀가해 한 시간 정도 음악을 몰입해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낙이었지요.”

그는 컨트리 음악뿐 아니라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위 겟 리퀘스츠’ 같은 재즈도 즐겨 듣는다. “지난달에 오텍 직원 20여 명과 함께 제주 올레길에 다녀왔어요. 올해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하는 데 신경을 쓰느라 오텍 직원들이 섭섭해하는 것 같아서요. 펜션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함께 고기도 구워 먹고 말도 탔어요.”

직원들의 섭섭함까지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아는 그는 스윙 재즈 같은 신바람을 불러넣어 주는 ‘친근한 회장님’이었다.

○ 캐리어에어컨을 확 바꾼다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하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1980년대 대우와 캐리어가 50 대 50 합작법인일 때엔 강성 노조로 유명했고, 2000년 캐리어가 100% 지분을 인수하고 나서는 외국회사라 직원 연봉은 높고 영업은 치열하지 못한 회사였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었다.

캐리어에어컨 대표를 맡은 강 회장은 이 회사의 경영체질을 바꾸기로 했다. 자신의 급여를 줄여 10년 동안 없던 신문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최근 “우리 회사가 신문에 나왔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주변에서는 “캐리어에어컨이 한국 회사가 됐구나”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건축 설계사들을 초청한 세미나를 열어 캐리어에어컨의 우수성을 알렸다. 앞으로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주요 건물에 캐리어에어컨을 설치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캐리어에어컨엔 영어도 잘하고 학력도 높은 직원이 많은데, 그동안 사력을 다해 일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캐리어에어컨 디자인을 확 바꿀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올해 9월엔 가정용 벽걸이 에어컨, 12월엔 스탠딩 에어컨에서 ‘대표선수’ 격인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니까요.”

지난해 오텍의 매출은 600억 원, 캐리어에어컨의 매출은 2400억 원이었다. 직원도 오텍은 200명, 캐리어에어컨은 500명이다. 강 회장은 큰 회사(캐리어에어컨)를 새로 품에 안았지만 기존 회사(오텍)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그는 “부자나라가 될수록 앰뷸런스, 장애인 차량 등 특수목적차량의 쓰임새가 많아지기 때문에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유명 재계인사도 4억 원짜리 가족 전용 앰뷸런스를 이 회사에 주문했다.

“전 음악을 들을 때 항상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네가 결정해서 네가 책임질 수 있는가.’ 직원들에게도 취미를 가지라고 합니다. 살면서 어딘가에 부닥쳤을 때 같이 사는 가족도 해결해줄 수 없을 때가 많으니까요. 그럴 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취미는 꼭 필요합니다. 그 취미가 음악이라면 인생은 풍요로워지겠죠.”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강성희 대표는


△1955년 서울 출생 △1981년 한양대 문과대 졸업 △198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서울차체 입사 △1999년 서울차체 영업이사 △2000년 오텍 창업 △2003년 오텍, 코스닥 상장 △2008년 은탑산업훈장 수훈 △2010년 한국언론인연합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수상 △2011년 1월 캐리어에어컨 인수, 현재 오텍 및 캐리어에어컨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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