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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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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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하루는 그림-음악에 푹 빠져요”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집무실에 걸어둔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등만 살아남는 사회를 비판한 그림이지만 이 대표는 “그래서 1등을 해야한다”고 해석한다. 그는 “느끼는 대로 해석해도 되는 자유로운 그림의 세계를 통해 감성을 채운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집무실에 걸어둔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등만 살아남는 사회를 비판한 그림이지만 이 대표는 “그래서 1등을 해야한다”고 해석한다. 그는 “느끼는 대로 해석해도 되는 자유로운 그림의 세계를 통해 감성을 채운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등만 살아남는 냉혹한 현실을 풍자해 비판한 그림인데, 전 반대로 해석해요. 그러니까 1등이 돼야 한다고. 작가가 싫어하겠죠?”

지난달 24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글과컴퓨터(한컴) 사무실에서 만난 이홍구 대표는 집무실에 걸린 그림을 가리켰다. 이재훈 화가의 ‘노블 새비지(고결한 야만인)―불건전한 관계 No.2’다. 그림 속 1등은 혼자서만 책을 보며 웃고 있다. 어깨에 무거운 짐도 없다.

이 대표는 “딸들이 아빠의 그림 해석을 싫어해 회사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라기보다는 지난해 12월 한컴에 부임한 이 대표의 다짐이 그림 속에 녹아 있는 듯했다. 한컴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이다. 한컴은 문서프로그램 ‘한글’로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부상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주인이 8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대표는 “한컴이 가진 ‘원석’을 ‘보석’으로 변화시키는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 감성 채워주는 그림의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1+1=2’인 이성적인 세계예요. 의사결정할 일이 많고 삭막하죠. 그림으로라도 또 다른 세계를 만나고 싶었어요.”

이 대표는 25년 동안 글로벌 IT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IBM코리아 부장, 컴팩코리아 전무, HP코리아 부사장, 델코리아 사장을 거쳤다. 그래서 ‘직업 경영진’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기자의 인터뷰 제안에 “삶보다 일에 더 치중해 ‘삶’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 않다”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재차 부탁하자 “몇 년 전부터서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수줍게 답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시도한 것이 바로 그림이다.

2007년부터 지인의 조언으로 그림의 세계에 눈을 뜬 뒤 단골 갤러리 ‘인터알리아’에 자주 들른다. 지인은 ‘너무 이성의 세계에만 머무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그림을 제대로 보기 위해 아트 아카데미도 수강했다.

“해석은 제 마음대로, 느끼는 대로 해요. 그림에서까지 일하듯이 투자가치를 따지기 싫고, 이론을 적용하고 싶지도 않아요. 마음 가는 대로 보고, 느낌 좋은 그림을 모읍니다.”

집에 걸어둔 15점의 화풍이나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다른 컬렉터들이 특정한 테마에 맞춰 그림을 모으는 것과 달리 때로는 중견작가의 중후한 그림을, 또 어떤 때에는 신진작가의 독특한 개성을 탐한다. 특별히 그림에서 경영 아이디어를 얻으려 하지는 않지만 그림으로 접한 새로운 시각들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영에 녹아든다. 그는 “요즘 IT업계를 보면 5년 전에 ‘저게 정말 가능할까’ 했던 것들도 빠르게 현실이 되는 걸 본다”며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그림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또 다른 비결은 일요일에 있다. 6일 동안은 바짝 긴장해 에너지를 쏟지만 일요일에는 무조건 다 내려놓는다. 골프도 안 친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만 채운다. 이 대표는 “일 년 열두 달 에너지를 쓰기만 하면 고갈되고 만다”며 “일주일에 하루라도 자신을 놔줘야 한다”고 말했다.

○ 한컴의 원석을 보석으로

“신문에서 한컴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내가 경영한다면 어떨까’ 시뮬레이션 해봤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컴의 CEO 공모 소식을 들었어요.”

25년 동안 글로벌 IT기업에서 배운 것을 국내 기업에 적용해 보고 싶던 차에 한컴이 눈에 들어왔다. 한컴에는 20여 년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온 뛰어난 역량이 있는데 제자리걸음을 하며 잦은 인수합병(M&A)으로 부침(浮沈)을 겪는 게 안타까웠다. 이때다 싶어 일면식도 없던 한컴의 대주주 소프트포럼의 김상철 회장에게 연락해 공모절차를 밟았다. 그는 “경영만 잘하면 정말 좋은 회사가 될 거라 믿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한컴에 오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확장’이다. PC 위주의 사업을 모바일로 확장하고, 국내에 한정된 시장을 해외로 넓혔다. PC 소프트웨어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춤하는 사이 발 빠르게 모바일 기기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한컴의 모바일 오피스 소프트웨어인 ‘씽크프리 모바일’은 구글의 전략 스마트폰인 ‘넥서스S’에 기본 탑재돼 전 세계에 팔렸다. 올해 2월에는 독일 최대 인터넷 서비스기업인 ‘1&1 인터넷 AG’에 모바일 오피스솔루션인 ‘씽크프리 서버 인터그레이터’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핵심 역량에만 집중한 결과 한컴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성장한 145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6% 늘어난 52억 원이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함께 뛴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1&1 대표는 “시차가 있는데도 어떻게 밤낮 안 가리고 모든 질문에 30분 만에 답을 주느냐”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어려워도 묵묵히 회사를 지켜온 직원들이 다시 뛰자는 마음을 먹고 있다”며 “함께 소통하고, 오로지 한컴을 최고 소프트웨어 회사로 키우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이홍구 대표는


―1957년생
―1981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5년 IBM코리아 국제구매담당 부장
―1992년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1997년 컴팩코리아 컴퓨터부문 총괄 전무 이사
―1999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2002년 HP코리아 컴퓨터사업 총괄부사장
―2010년 델코리아 사장
―2010년 12월∼현재 ㈜한글과컴퓨터 대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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