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주말부부 싫은데” 공기업 직원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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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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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상수 차장
산업부 김상수 차장
A 씨(여)는 10년이나 다닌 공기업에 사표를 내고 최근 민간회사로 이직했다. 그가 정든 회사를 떠난 이유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주말부부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생활해왔다. 하지만 지방 이전이 본격화하는 시기가 내년으로 다가오자 이들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하나.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짜리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하지.’

“답이 안 나오더군요. 우리 부부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강제로 떨어져 살아야 하나 싶었어요. 공기업 직원들이 지방에 내려간다고 국토균형발전이 될까요. 게다가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는 이미 개발될 대로 개발된 도시들인데도요?”

결국 A 씨는 회사를 그만두는 길을 택했다. 민간기업으로 이직해 아이와 함께 서울에 남기로 한 것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B 씨는 지난해 6월 직장동료와 결혼했다. ‘사내커플’이다. B 씨는 “지방 이전을 앞두고 연고도 없는 곳에 가려고 하니 앞이 캄캄하더라. 서로 좋아서 한 결혼이지만 (지방에) 같이 가면 서로 의지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앞두고 공기업에서 새로운 트렌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젊은 직원들의 이직률이 부쩍 증가하고 사내커플도 늘고 있다. 한 공기업 퇴직 인원을 살펴보니 2008년과 2009년 각각 4명과 3명에 불과했던 퇴직자가 지난해 12명으로 급증했고 올해에도 6월 말 현재 7명이나 된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은 3, 4년차 이하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민간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오려고 난리였는데 공공기관 지방 이전 때문에 이제 거꾸로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옮기는 게 유행처럼 돼 버렸어요.”

한 공기업 직원의 한탄이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공기업들은 2012∼2013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눈앞에 두고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이 ‘엑소더스’처럼 빠져나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밑그림을 그린 국토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따라 부산 울산 등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하는 직원은 147개 공공기관에서 총 4만6000여 명에 이른다. 세종시로 부처 공무원과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합해 1만8000명 정도가 옮겨가 일해야 한다.

하지만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이들에게 정부가 해주는 배려는 그리 많지 않다. 혁신도시 10곳에 55개의 초중고교를 새로 짓고 주택자금, 이사비용 지원에 주택 구입 시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정도다.

이 시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정당성을 놓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공기업 직원들의 고민이 무엇이고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역민들의 삶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삶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다니니 ‘국가가 시키면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주거 교육 복지 등 공기업 직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추가 조치들을 기대한다.

산업부 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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