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국내 ‘다걸기’의 함정… 큰 손은 글로벌 시장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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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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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 선호하는 심리
주식투자에도 영향 미쳐


지난해 말로 해외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이 종료됐다.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에 대한 환매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아 이제는 여건만 되면 팔고 정리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따로 내면서까지 투자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야 겨우 원금이 회복되고 있으니 해외 투자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국내 주식형펀드 위주로만 투자하는 투자자를 많이 보게 된다.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리스크 관리의 오류가 존재한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이나 아파트가 다른 집보다 살기 편하다고 생각하는가? 필자가 간단히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물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단지 내의 더 큰 평수로 이사하고 싶어 하긴 한다). 이 세상의 집들이 모두 다른 집들보다 살기 좋을 수는 없을 텐데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을 선호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홈바이어스(home bias)라고 부른다.

미술품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어난다. 한국 작가가 그린 미술품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해 주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국이다.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만이 그 작가의 성장 배경과 화풍, 그 작품에서 물씬 풍겨 나는 한국 문화의 냄새를 알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보통의 애호가들이 알려지지 않은 외국의 작품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이해하기 어려우니 소유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고,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도 어렵고 나중에 얼마에 팔 수 있을지 가늠도 안 된다. 그러니 외국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이미 좀 알고 있거나 쉽게 이해하는 것 즉, 한국 작가의 작품에만 투자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굳게 믿는다. 마치 예전에 TV에서 봤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신토불이 광고와 비슷한 논리다.

농산품은 우리 입맛에 맞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되고 미술품 시장도 어느 정도 문화적인 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주식 시장에서도 이런 경향을 인정해야 할까? 사실 우리는 투자를 할 때도 이런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은 가까운 이웃 나라의 주식 시장에 대해서도 고작 주가지수 정도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것도 국내 주식 투자를 위해 참고하는 정도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잘 안다는 이유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펀드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위태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식 시장에만 ‘몰빵’된 상태에서 어느 순간 시장이 수십 % 급락하면 여기서 빠져나올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향후 떠오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도 놓치게 된다. 이것이 홈바이어스, 즉 자국의 자산에만 투자하는 편향의 폐해다.

글로벌 시대에 제대로 투자하려면 영역의 한계를 짓지 말고 투자의 기회를 봐야 한다. 남들은 알지 못하고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그런 시장에 분산 투자해서 리스크를 낮추고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다. 다양한 시장을 연구하다 보면 좋은 투자 대상을 많이 보게 되고 그들 중에서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시공을 초월해서 투자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작년 우리 주식 시장을 주도하다시피 한 외국인 투자자들이야말로 홈바이어스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매매 기법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까지 와서 벌어 간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에만 몰두하고 해외에서 자산을 줄이는 동안 그들은 벌써 어딘가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게 다 기회인 것이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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