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정보 편식하는 낙관주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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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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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 A점과 B점 중
어느 점이 앞면에 있을까요?
‘보는 사람 마음대로’가 정답
비관론도 소화해야 손실 예방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1. 지난달 21일 한국 주식시장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됐다. 이 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와 함께 글로벌 투자자금이 벤치마킹하는 투자의 양대 지표이다. 쉽게 얘기하면 글로벌 자금의 종합주가지수라고 보면 된다. 이런 지표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증시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날은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주식시장에 상장(上場)된 날이기도 하다.

FTSE 지수에 편입된 국가 중 MSCI 지수에 속하지 않은 국가가 이스라엘과 한국뿐인 것을 보면 MSCI 지수에도 머지않아 편입된다고 기대해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명실 공히 세계인이 바라보는 주식시장이 된다는 뜻이다. 이번 FTSE 지수 편입으로 중장기적으로 많은 자금이 외국에서 더 들어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2. 최근의 경기회복 신호가 착시일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현재 경기가 다수의 예상과는 달리 거의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게이건 HSBC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경기가 V자형이냐, W자형이냐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W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꾸준히 주가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연말까지 30% 하락할 수 있다”, “이번 경기침체의 회복 속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느려서 L자형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경기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많이 회복하더라도 경기침체 이전 수준까지 도달하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두 가지 정보 중에서 여러분은 어느 정보가 더 신뢰할 만하다고 보는가? 또 앞으로 주식시장에는 어떤 정보가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두 정보 중 하나에 더 많은 신뢰가 가고 나머지 하나는 더는 듣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논리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이 수용하는 정보는 과대평가하고 수용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당연히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논리에 대해서는 더 잘 모르게 되고 잘 모르는 정보에 대해서는 또다시 과소평가하게 된다. 일종의 악순환인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속 도형 그림은 스위스의 네커라는 결정(結晶)학자가 발견한 정육면체(Necker's cube)다. 점 A와 B 중 어느 점이 앞면일까? 정답은 ‘보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이다. A가 앞면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B점이 앞면으로 보인다는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느 의견이 솔깃해 보이면 그때부터 다른 의견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가령 낙관론에 베팅을 했다면 그때부터 비관론은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낙관주의 오류(optimism bias)’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겪는 불행에 대해 ‘나한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을 정리한다. 이는 사람의 마음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긍정심리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지 모른다. 문제는 이 긍정심리가 자칫하면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오류에 빠진 투자자는 통상 남의 일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만 자기 일은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특징이 있다. 여러분의 주변에도 다른 사람의 일은 곧잘 도와주면서 정작 자신의 일은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곧 낙관주의 오류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들이다.

주식을 산 뒤에 낙관적인 재료가 더 귀에 들어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듣고 싶지 않은 뉴스와 정보를 빼놓지 않고 접하고 그 논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들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내용을 선뜻 들어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투자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청취하고 균형 잡힌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정보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그것은 마치 한 눈을 감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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