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현 교수의 디자인 읽기]비아그라 우뚝 세운 시리즈 유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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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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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男서 웃음짓는 女까지
5년간 5단계로 효능 간접홍보
웃음 터질때마다 거부감 사라져
회사 - 광고 대행사 ‘뚝심’ 결실

광고대행사 ‘택시(TAXI)’가 만든 비아그라 광고에는 행복에 겨워 탭 댄스를 추며 출근하거나(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남성이 코믹하게 등장한다.
광고대행사 ‘택시(TAXI)’가 만든 비아그라 광고에는 행복에 겨워 탭 댄스를 추며 출근하거나(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남성이 코믹하게 등장한다.
이름이 좀 특이하지만 ‘택시(TAXI)’는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캐나다에 본사를 둔 제법 잘나가는 광고대행사다. 특히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인 표현에 강하다. 나이키나 미니 등이 주요 클라이언트다. 택시는 2001년 새롭고 독특한 제품을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바로 ‘비아그라’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히트상품은 예상외로 초창기 판매에서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소비자들이 이 약은 노인 또는 호색한에게나 필요한 제품으로 인식해 자신이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35세 이상 남성의 3분의 1이 발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비아그라를 좀 더 편안하게 느끼게 할 필요가 있었다.

편안함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다. 택시에서는 발기 부전이 육체적인 원인 때문이지만 그 영향은 심리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때 느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그 느낌’에 관해 유머러스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5년 5단계에 걸친 캠페인이 시작됐다.

첫해에는 좀 과감하고 직접적으로 ‘발기 부전’이라는 오명을 다뤘다. 바로 ‘굿모닝!’ 캠페인이다. 출근길 남성이 경험하게 되는 일상적인 아침을 묘사하고 있다. 좀 지나치게 과장된 행동,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내린 남성이 흥겨움에 겨워 탭 댄스를 추며 출근한다는 등 비아그라의 효능을 지나치게 과장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비아그라를 먹는 사람이 남과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충분히 공감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해의 캠페인이 특정한 한 남성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이듬해부터는 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이 다양한 인물군이 겪는 아침의 배경에는 유명한 퀸의 히트송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 흐르게 했다. 마치 지난밤의 전투에서 승리한 장수처럼…. 비아그라가 당신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되찾게 해줄 것이라는 암시에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목표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라고 한다.

3년째에 접어들 무렵 시알리스 등 경쟁 브랜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택시는 경쟁자에게는 없고 비아그라에만 있는 높은 인지도를 활용한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전과 같은 과장 없이 ‘마이 웨이(My Way)’라는 유명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만족스러운 아침을 준비하는 남성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4년차 4단계 캠페인이 시작되자 경쟁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적 이점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개시했다. 반면 택시에서는 비아그라의 정서적 이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택시 측은 이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비아그라의 효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되 이 역시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행복감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남성을 TV 광고를 통해 묘사한 것이다. ‘블리프(Bleep)’ 캠페인이라고 하는 이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은 말은 못하고 계속해서 이상한 삑 소리를 낼 뿐이지만 소비자들은 그 소리에서 비아그라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5년차에는 광고의 시점을 여성의 눈으로 180도 전환시켰다. 5년 전 처음 시작했던 굿모닝 캠페인을 재해석한 것이다. 다시 말해 육체적, 심리적으로 모두 만족한 여성의 아침인사로 캠페인을 바꿨다. 5년이라는 장기적인 계획 속에 차근차근 진행된 캠페인은 결국 비아그라를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북미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캐나다 시장의 경우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광고시장에서 5년이라면 상당한 기간이다. 이렇게 긴 기간 한 캠페인을 놓고 클라이언트와 대행사가 흔들림 없이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단순히 서로 간의 신뢰 덕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최초에 포착했던 핵심 포인트, 즉 발기 부전은 육체적 원인에서 기인하지만 그 영향은 심리적이며, 심리적 벽을 없애기 위해서는 유머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착안이 정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지상현 한성대 교수·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psyj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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