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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현 교수의 디자인 읽기]브랜드 아이덴티티 콕 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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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현 교수의 디자인 읽기]브랜드 아이덴티티 콕 심어라

입력 2009-09-12 02:55수정 2009-10-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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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의 수프 통조림(왼쪽)처럼 1970, 80년대 디자인은 강렬한 색 대조였다. 1990년대는 딸기를 주제로 한 가상의 딸기음료 상자(가운데)처럼 소비자의 감각과 감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디자인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타깃 구매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유행이다. ‘로즈’사가 10대들이 춤추는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병 디자인이 대표적. 사진 제공 지상현 교수

충성 고객 스타일에 딱 맞게

삼각김밥, 훈제 달걀, 샌드위치, 포장 김치, 포장 두부, 족발, 곡류, 소금, 과일, 콘돔, 청소용품, 간이 가구, 식기, 문구류, 콘택트렌즈 관련 용품….

동네 슈퍼마켓에서 찾아본 중소기업의 상품들이다. 말이 중소기업이지 상당수는 영세업체들에 가깝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대부분 나름의 디자인이 되어 있고 예사롭지 않은 상품명을 갖고 있다. 아마도 업체로서는 ‘브랜드’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건 의식했을 터다.

그러나 소비자 쪽에서 보자면 이 상품들의 브랜드를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필자 역시 그렇다. 브랜드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 관리의 필요성은 대기업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게 중소기업이다.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일시적으로 매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인 이들이 매장에 다시 등장하기 위해서는 순전히 영업력에만 의지해야 한다. 힘든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안정적 기업운영을 위해 브랜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브랜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관리 포인트가 달라진다. 시대에 따라 기술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도 변하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에는 브랜드 관리의 핵심은 ‘차별화’였다. 식품을 예로 들면 더 맛있고, 더 싸고, 더 영양가가 높다는 점을 표현하는 것이 브랜드 관리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디자인도 큰 글자, 강한 배색 스타일과 독특함이 핵심 포인트였다. 1990년대에 들면서 브랜드 관리의 핵심은 ‘감성’으로 바뀌었다. 상품의 종류와 양이 늘어나면서 좀 더 품격 있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상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오감을 자극하는 브랜드, 더 매력적인 형태와 색, 부드러운 촉감과 향을 원했고 명품 브랜드라는 것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브랜드 관리의 주안점은 ‘아이덴티티’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이덴티티라는 것도 알고 보면 ‘감성’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1990년대의 감성이 오감 중심이거나 우아함, 세련됨 등 특정 감성에만 집중된 반면 아이덴티티라는 감성은 소비자의 심리적 욕구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 놓은 욕구가 있다. 레슬러를 꿈꾸는 샐러리맨을 소재로 한 영화 ‘반칙왕’에서처럼 레슬러나 오토바이 라이더를 꿈꾸기도 하고 히말라야를 오르고 싶다거나 세련된 뉴요커 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는 등의 욕구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런 욕구 가운데 적절한 것을 선택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합치시키려는 노력이 브랜드 관리의 한 가지 주안점이 되고 있다. 최근 브랜드를 논하는 자리에 아이콘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아이덴티티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바로 이 아이덴티티가 중소기업 브랜드 관리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의 유명한 군소 브랜드 컨설턴트 무라오 류스케(村尾降介)의 주장이다. 그는 군소업체 브랜드일수록 브랜드 이미지를 창끝처럼 뾰족하게 만들어 목표시장을 공략하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해서 마치 대중가수와 열성팬의 관계 같은 고객층을 만드는 것이 군소 브랜드 전략의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면 무조건 구입하는 소수 열성 팬 같은 고객을 확보하면, 첫째 최소한의 기본 매출을 확보하기 쉽고, 둘째 품목의 다양화를 시도하기 용이하며, 셋째 열성팬들이 적극적 홍보원 노릇을 해주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디자인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제품의 질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특정 목표시장과 문화적으로 교감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디자인이어야 목표시장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다. 특정 스타일을 고집할 경우 다른 심리적 욕구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가깝다고 본다. 특정 소비자군이 가진 심리적 욕구는 다른 소비자군에서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소비자군에서 더 강한 것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특히 가격이 높지 않은 상품군에서는 특정 스타일이 또 다른 소비자군에 배타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상현 한성대 교수·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psyj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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