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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현 교수의 디자인 읽기]새롭게 주목받는 ‘경험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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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현 교수의 디자인 읽기]새롭게 주목받는 ‘경험디자인’

입력 2009-08-22 02:58수정 2009-09-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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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경험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험디자인’은 음식점의 좌석 배치에서도 나타난다. 벽에 붙은 테이블과 소파는 손님에게 그곳이 자신의 영역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자신감과 편안함을 주고 이는 곧 매출까지 좌우한다. 사진 제공 지상현 교수

소비자의 동선-기분까지 분석

‘경험디자인’이라는 새 디자인 방법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디자인이 제품의 사용 경험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경험디자인에서는 선택 전 경험, 사용 경험, 사용하지 않을 때의 경험, 사후 서비스나 사용 후의 심리적 경험, 심지어 재구매 시 회상하는 기억 속의 경험까지 빠짐없이 고려한다. 단적으로 말해 경험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경험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경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이용해 왔다. 예컨대 길에서 시제품 샘플을 나눠주거나 쇼룸 등에서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을 미리 써보도록 하는 것은 모두 경험을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경험디자인이란 그보다 더 체계적으로 소비자의 경험을 분석하고 조직적으로 대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런 사례의 하나를 핀란드 가구유통업체 이케아(IKEA)의 매장 디자인에서 볼 수 있다. 이케아 매장 입구에는 종이로 만든 줄자와 연필, 희망물품을 메모할 수 있는 기록지가 비치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크기에 확신이 없어 구매를 주저해 본 소비자의 경험을 배려한 것이다. 매장 안은 실제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어 자기 집에 놓았을 때의 모습이나 사용상의 문제점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매장 안을 다 돌고 나면 조금 피로를 느끼게 된다. 그때쯤 식사나 간단한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나타난다. 모든 음식은 그곳에서 판매 중인 식기에 담겨 나온다. 테이블이나 스푼도 마찬가지.

휴식 후 한 층을 내려가면 식기, 목욕 의자와 같은 작은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큰 가구를 선택한 사람들은 여기서 마무리 구매를 하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조금 더 가면 물건들이 포장된 채 쌓여 있는 곳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선택한 물품을 직접 카트에 실어야 한다. 계산대로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그릇이나 깔개 같은 작은 소품들이 소량 전시된 곳을 지나쳐야만 한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앞에 물품 배송 서비스를 하는 곳과 또 다른 간이식당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한 명이 배달을 의뢰하는 동안 나머지 가족은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도넛 등을 먹으며 기다릴 수 있다. 이케아 매장 디자인을 요약하면 제품의 가격, 크기, 디자인, 사용성 등을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공간을 꾸몄고 소비자들의 동선과 피로도, 심리적 만족감 혹은 아쉬움을 적절히 달래도록 상품이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당의 위치는 쇼핑이 진행됨에 따라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매우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비슷한 예리함을 필자는 미국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피팅룸에서도 느낀 적이 있다. 피팅룸에 들어가 자신이 고른 제품 넘버를 입력만 하면 유리로 된 문에 그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실제 크기로 나타난다. 이 시스템은 옷 갈아입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은 자신의 맵시를 봐주기 위해 따라온 남편이나 친구의 평가를 돕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경험디자인에서는 제품 경험을 더욱 생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도 중시한다.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투명한 사이클론 청소기는 상상만 하던 먼지의 흡입과정을 직접 보게 해 청소라는 경험을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만든다.

경험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아쉬운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쉬운 예의 하나가 대중식당의 메뉴판과 좌석 배치다. 대개 메뉴판에 음식 이름과 가격만 단조롭게 적혀 있다. 간혹 음식 사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음식의 정체를 알려 주는 정도다.

손님은 음식을 주문할 때 먹어본 음식 중심으로 생각한다. 이때 맛깔스러운 음식 사진이 나와 있다면 손님들은 더 다양한 메뉴에 도전해볼 것이다. 견물생심이라고 하지 않는가? 좌석 배치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 예컨대 종업원의 동선 중심으로 배치된, 그래서 홀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은 손님 자신을 ‘객(客)’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벽을 따라 놓인 테이블과 안락한 소파는 그곳이 자신의 영역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자신감과 편안함을 준다. 이는 넉넉한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험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넉넉한 주문을 거론했지만 사실 경험디자인이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욕구를 좀 더 빈틈없이 만족시킬까 하는 매우 인간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디자인 방법론이다. 진정성 있는 디자인만이 통할 정도로 요즘 소비자들의 안목이 매우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지상현 한성대 교수·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psyj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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