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사회적 기업 만들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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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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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희망’ 사회적 기업을 다시 본다

빈민을 대상으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뒤 세계적 기업과 합작해 여러 사회적 기업을 만든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동아일보 DB
빈민을 대상으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뒤 세계적 기업과 합작해 여러 사회적 기업을 만든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동아일보 DB
2007년 당시 노동부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했다. 그동안 정부가 맡았던 복지서비스의 일부를 민간기업에 아웃소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했다. 과연 사회적 기업이 당초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만 축낸 것일까.

이 책은 사회적 기업이란 과연 어떤 조직인지에 관한 물음에서부터 그 기능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경제학자인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의 경험담이 녹아 있다. 사회적 기업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방글라데시 재무장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은행,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을 설립한다. 그 은행의 이름이 바로 벵골어로 ‘마을 은행’을 뜻하는 그라민은행이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의타심을 버리고 기업가정신과 자립정신을 갖도록 권장하는 일을 한다. “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합니까. 종업원보다는 고용주가 되십시오.”

금융기관들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를 거절하고 있다. 오랫동안 은행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전 세계에 고리대금업이 번성했다. 그라민은행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가능하고 수익성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농업 축산업 등 분야마다 회사를 만들었다.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초래하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결함을 제거하는 방도로서 사회적 기업을 시도한 것이다. 저자가 이른 결론은 이렇다. “유누스는 경제학 이론이 상정하는 일차원적 인간을 이기심과 이타심을 모두 가진 다차원적 인간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이타심에 근거한 기업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주의적 기업과는 다르다. 사회적 기업은 자본주의 개방경제의 산물이며 통제경제인 사회주의는 시간이 지나면 능률과 혁신이 사라진다.

이렇게 생긴 첫 사회적 기업이 2005년 그라민은행과 다국적 기업인 프랑스 유가공회사 다논이 합작투자로 세운 그라민다논이다. 그라민다논은 어린이들을 위해 맛있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이 사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라민은행은 프랑스 생수회사인 베올리아를 비롯해 바스프 인텔 아디다스 등과도 사회적 기업을 합작 설립했다.

그라민다논은 자립해야 하고 기업주는 투자한 원금을 넘어서는 어떠한 배당금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업의 기본원칙을 따른다. 사회적 기업은 특정 지역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들에 대해 투자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주식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당금은 적을 테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도움을 준다는 자긍심과 즐거움을 받는다.

고용노동부가 만든 사회적 기업이나 대기업이 출자해 만든 사회적 기업이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따져보시라. 정부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진흥원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공무원 자리를 늘리려는 사회적 기업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경영지해(經營之解)
동양의 농부에게서 찾은 ‘경영의 지혜’
김용성 지음
264쪽·1만3000원·교보문고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 체계는 다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집단’을 중요하게 여긴다. 서양인은 ‘합리성’을 강조하고 동양인은 ‘정신의 힘’을 믿는다.

산업시대에는 공장의 기계가 가치를 생산하는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물질세계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서양의 논리적 사고체계가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가 되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모순을 포용하는 사고방식, 즉 동양적 사고와 인간중심적 사고가 부상하고 있다.

저자는 서양의 경영학자들이 이런 배경에서 동양의 사고방식으로부터 새로운 지혜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의 많은 학자는 ‘정신의 힘’을 믿는 동양인의 태도에 주목한다. 자원이 빈약한데도 무모한 도전을 통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이런 태도 덕분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나오는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말은 정신의 힘을 믿는 동양적 사고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르네상스 이후 객관적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이어온 서양인과 다른 대목이다.

과거나 전통으로부터도 지혜를 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정보기술(IT) 기기의 발달로 일과 개인적 삶의 구분이 없어지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은 농경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농경생활에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선택’이 저절로 이뤄졌다. 철이 되면 씨를 뿌리고 모를 심고, 물을 대고 허수아비를 세우는 등의 일이다. 저자는 “농부들처럼 우선순위의 선택을 통해 여유를 찾아야 일과 삶의 구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경영연구원 교수인 저자가 ‘동양과 과거로부터 경영의 지혜를 구하는 법’을 주제로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연재한 글을 엮었다. 매뉴얼과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서양적 현대 경영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지식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막상 세상을 꿰뚫어보는 지혜는 부족하다. 세계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는 만큼 동양적 사고방식과 문화도 존중받아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긴 하지만 결국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고 역설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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