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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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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동아일보입력 2009-10-17 02:30수정 2009-10-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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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웰’브랜드 성공 이끌며 ‘한국의 트럼프’ 별명 얻어

국내 디벨로퍼 새 시장 열어
청주 ‘지웰시티’ 건설 박차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은 “남다른 생각으로 부동산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고객 만족을 위한 최대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16일 오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 한 대가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신영그룹 정춘보 회장(54)이 탄 차다. 정 회장은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러 밀린 결재를 마친 뒤 서둘러 공항으로 향하는 길이다.

“아, 안녕하세요 행장님. 지금 공항 가는 길입니다. 돌아와서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정 회장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길게 통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3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15일 밤 귀국했다. 눈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다시 독일 출장에 나섰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에 들러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플랜트를 돌아볼 계획이다.


“1년에 100일 정도는 해외 각국을 다니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업을 구상합니다. 요즘은 건설과 개발, 그리고 환경의 접목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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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국내 디벨로퍼 1세대다. 현재 국내에는 8000개가 넘는 디벨로퍼 회사가 있다. 디벨로퍼는 부동산개발 과정에서 사업성 검토, 용지 매입, 시공 및 분양 관리 등을 맡는 부동산개발 전문가를 뜻한다. 실제 공사는 전문 건설업체에 맡긴다. 그는 빈 땅에 아파트를 짓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 ‘땅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디벨로퍼의 전형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 인천공항으로 달리는 정 회장의 차 안에서 그를 만났다.

○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

정 회장과 신영의 역사는 끊임없는 창의적 도전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연이어 만들어내 성공을 거뒀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사업을 키운 것이다.

정 회장이 신영기업을 창업한 것은 1984년. 전남 광양 출신인 그가 공무원으로 일본 출장을 다니며 일본의 부동산 붐을 접한 게 계기가 됐다.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그만둔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곧 부동산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지요.”

그는 거의 맨손으로 험난한 사업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건설업체 용역 등을 거쳐 1980년대 후반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빌라 8채를 지어 분양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남들을 뒤따라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이후 강남 테헤란로를 따라 업무용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때였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일본에 몇 달 동안 머무르며 선진국의 빌딩 관리기법을 배웠다. 이를 토대로 신영은 서울에 있는 거의 모든 빌딩의 주차장 규모, 엘리베이터 대수, 임대 현황, 서비스 용역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었다. 빌딩 소유주들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빌딩 데이터 시스템을 갖춘 신영에 빌딩 관리를 맡기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빌딩관리 대행업’이 탄생한 것이다.

“어느 나라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2만 달러, 3만 달러로 늘어날 때마다 단계별로 시장도 발전합니다. 사회의 변화와 시장의 동향을 미리 연구하고 예측한다면 누구나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 도시를 만들다…이어지는 도전

빌딩 관리업을 통해 목돈을 만든 그는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 당시로선 낯설었던 부동산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 1997년 버려진 땅으로 여기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용지를 인수해 주거용 오피스텔 ‘시그마Ⅱ’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이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땅을 팔기 시작했고 신영은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선진국을 살펴보면 건설사가 시행까지 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에 디벨로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확한 수요 예측이 결합할 때 땅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시행전문회사 신영의 역사는 분당구 수내동 오피스텔 ‘로얄팰리스 하우스빌’(2000년), 서울 마포구 ‘마포 신영지웰’(2002년)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기세를 이어갔다. 시행은 디벨로퍼가, 시공은 건설사가 맡는 관행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는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영, ㈜신영에셋, ㈜대농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영그룹을 이뤄냈다. 그룹의 전체 매출규모는 올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그룹은 이제 국내 최초, 최고의 부동산 디벨로퍼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말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일대 옛 대농공장 용지 49만8759m²(15만여 평)에 대단위 복합단지 ‘지웰시티’ 조성에 착수한 것. 사업비만 3조 원으로 단일 민간기업이 짓는 복합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지웰시티에는 단순히 아파트만 들어서는 게 아니라 테마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문화, 업무시설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말 그대로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는 셈이다. 지웰시티 역시 신영의 브랜드를 내걸었지만 실제 건물은 대형 건설사들이 짓고 있다.

정 회장은 지금 환경과 부동산개발을 결합하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해 비용과 환경을 모두 만족시킬 새로운 주거 공간을 계획하고 있는 것.

“많이 보고 노력하고 고민한 뒤 이거다 싶으면 밀어붙이는 게 저의 사업 스타일입니다. 이제 쉴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지금도 의욕이 넘칩니다. 세계를 다니다 보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뿐입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정춘보 회장은… ▼

―1974년 전남 광양 진상고 졸업

―1979년 동아대 토목학과 졸업

―1980∼1982년 부산시청 근무

―1984년 신영기업 설립

―1998년 ㈜신영으로 상호 변경 및 대표이사 취임

―2005년 ㈜대농 대표이사 및 신영그룹 회장 취임

―2005년 한국디벨로퍼협회 초대 회장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은 “남다른 생각으로 부동산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고객 만족을 위한 최대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2008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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