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황문구 미스터피자 사장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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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잡은 Mr, 글로벌 입맛도 잡아야죠

“베트남-싱가포르-호주 공략 채비
해외서 로열티 받는 회사로 도약”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로열티를 벌어들여야만 미스터피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죠. 좀 더 지켜봐 주십시오.”

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스터피자 본사에서 만난 황문구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적당한 경상도 억양이 섞인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음성에는 ‘골리앗을 꺾은 다윗’처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긴 승장(勝將)의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미스터피자는 국내 피자업계 후발 주자다. 한창 국내에 피자란 음식이 알려지던 시기인 1990년, 정우현 회장이 일본 브랜드인 미스터피자를 들여온 게 시초가 됐다. 지금 일본에는 ‘미스터피자’가 없다.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브랜드 판권도 한국 미스터피자에 넘어온 상태다.

일본에서 망해버린 브랜드가 한국에선 1위가 됐다. 4일 현재 국내 미스터피자 매장은 총 362개. 업계에서는 이미 미스터피자가 피자헛 한국 매장 수를 넘기고 1위 브랜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5년 연속 평균 20%가 넘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대부분의 외식업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지난해 대비 28% 늘었다. 진출한 모든 나라에서 1위를 차지하는 피자업계의 거인 피자헛을 꺾고 이제 세계시장까지 노리는 이 회사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 여심(女心) 마케팅 이전엔 품질 제일주의

업계에서는 미스터피자의 급성장 이유를 흔히 여성 소비자를 공략한 마케팅에서 찾고 있다. 황 사장도 미스터피자가 2004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한 ‘여성 제일주의 마케팅’을 성공의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그는 2004년 미스터피자 사장이 됐을 때 매장부터 둘러봤다고 한다.

“실제 매장에 가 보니 여성 고객이 70%였습니다. 그것도 20, 30대 여성 고객들. 남자 고객도 있긴 했지만 모두 여자친구에게 끌려와 계산하는 고객들이었죠.”

그는 그때부터 여성마케팅에 나서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다. 미스터피자가 ‘여자 피자’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한 것도 그때부터다. 이미지에 그치진 않았다. 매월 7일을 ‘여성의 날(Woman’s Day)’로 만들고 모든 여성 고객에게 피자 값의 20%를 깎아 줬다. 매달 첫째 주는 여성 고객 2000여 명에게 무료 공연권을 추첨해서 나눠줬다. 매년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피자 콘테스트에서 발굴한 ‘시크릿가든’과 ‘게살몽땅’은 이미 회사의 베스트셀링 메뉴가 됐다. 황 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남자들에게 불공평할 정도로’ 여성만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철저한 피자 품질 개선과 원료 선정이 미스터피자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미스터피자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피자 빵은 기계 대신 손으로 때리고 공중에 회전시키는 수타(手打) 방식으로 만든다. 피자 토핑은 흩뿌리지 않고 하나씩 ‘모를 심듯’ 올린다. 프라이팬은 절대 쓰지 않고 무조건 석쇠에 굽는다.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원칙이다. 황 사장은 “미스터피자 주문 후 제품이 나올 때까지 경쟁 브랜드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 글로벌 플레이어가 궁극적 목표

이제 미스터피자의 눈은 해외를 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점할 수 있는 매장의 한계가 400개 정도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서 글로벌 브랜드들과 싸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등 한국과 비슷한 상황의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미스터피자의 해외 매장은 15개. 중국에 12개, 미국에 2개가 있고 베트남 첫 매장이 10월에 문을 연다.

황 사장의 해외 진출 계획은 생각보다 원대했다. 2015년까지 국내 전체 매장 수보다 많은 558개의 해외 매장을 싱가포르와 베트남 태국 호주 등 환태평양 지역에서 내겠다는 목표다. 숫자를 확인하는 기자에게 황 사장이 다시 말했다.

“너무 많은 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 있습니다. 기존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흔히 직영점 개설로 해외 매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했어요. 해외 식품 채널과 함께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해 그쪽의 유통망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미스터피자는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싱가포르 법인을 만들고 동남아시아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황 사장은 “2015년까지 계획대로 해외 가맹점이 들어온다면, 한국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가맹비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그런 단계가 되어야 스타벅스나 피자헛 같은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황문구 사장 프로필 ▼

―1949년 경북 청송 출생

―1972년 단국대 행정학과 졸업

―1978∼2002년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옛 아남반도체)에 근무하다 전무이사로 퇴직

―2003년∼ 미스터피자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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