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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살길이다]“칭찬이 백수를 춤추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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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살길이다]“칭찬이 백수를 춤추게 했죠”

입력 2009-04-07 02:54수정 2009-09-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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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백승훈 씨는 청년 구직자를 위한 노동부의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뒤 지난달 대구 수성구청소년수련관에 취직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노동부 ‘뉴스타트 프로그램’ 통해 취직한 백승훈 씨

자포자기 상태서 신청서 제출

심층상담 거치며 자신감 회복

나도 몰랐던 재능 찾아내 취업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취업 비결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백승훈 씨(28·대구 남구)는 ‘운’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표현은 겸손했지만 백 씨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대구 수성구청소년수련관 총무담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본인이 원하던 청소년복지 분야에 취직한 것이다.

그러나 백 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취업난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오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생활의 후유증 탓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선 것은 2006년. 당시에는 공시생이 대세였다. 백 씨도 별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실패가 이어지면서 여유는 조급함으로 다시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가족 간에 대화는 끊겼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취업은 물론 인생에 대한 열정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

“왜 멀쩡하던 사람이 자살을 하고 정신병에 걸리는지 공감했습니다. 아니 그 이상으로 내 자신이 처한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웠습니다.”

그런 백 씨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올해 초. 노동부 구직사이트인 워크넷에 올라온 ‘뉴스타트 프로그램’ 안내문이 백 씨의 눈에 띄었다.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최장 1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막차를 타는” 심정으로 신청서를 냈다.

2월 초 시작된 뉴스타트 1단계 프로그램에는 백 씨를 비롯해 10여 명이 참가했다. 1단계 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신감 회복. 구직동기 유발을 위한 일대일 심층상담과 훈련이 매일 실시됐다. 프로그램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백 씨는 언제부터인가 질의응답 때 가장 먼저 손을 들 정도로 바뀌었다. 백 씨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나”라며 “의기소침해진 백수, 백조들에게 칭찬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 큰 희망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무엇보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재능과 경력을 찾아냈다. 백 씨는 대학 시절 3년간 복지관에서 청소년들에게 춤을 가르쳤다. 대구 종합고용지원센터 박태정 상담사는 적성검사와 집중상담을 통해 백 씨의 복지관 활동 경력을 장점으로 내세우도록 도와줬다. 또 “앞으로 50년 뒤에도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만의 경쟁력을 길러라”라고 조언했다. 그 덕분에 백 씨는 전공(상경계)에 얽매여 있던 ‘취업전선’을 훨씬 넓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4주간의 1단계 프로그램이 끝난 지난달 초순경 그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대구 수성구청소년수련관에서 총무사무원을 채용키로 한 것이다. 자신이 희망하던 일자리였기에 망설임 없이 이력서를 냈다. 그리고 합격했다.

백 씨는 취업의 비결로 주저없이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꼽았다. 단순히 취업에 성공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자신감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모두 취직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한 점은 나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내 인생의 뉴스타트는 바로 이제부터”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뉴스타트 프로그램이란

1단계 심리상담때 “할 수 있다” 동기부여

‘직업훈련→일자리 알선’ 맞춤형으로 지원

노동부는 청년층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개인별로 진로상담에서 취업지원까지 전 과정을 서비스해 주는 ‘뉴스타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15∼29세의 실업급여 비수급 청년층 중 고졸 이하 학력자, 6개월 이상 장기 구직자, 청소년단체 및 관련기관의 추천·의뢰가 있는 청소년 등 취업 취약 계층. 이 과정은 기존의 단순 취업 알선과는 달리 취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신감 회복 등 심리 상담 지도가 병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4주간 6회에 걸쳐 진행되는 1단계 개별상담 과정에서는 장기간의 취업 실패로 상실된 자신감 회복과 정확한 적성 및 희망직업 찾기가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는 “실직자들은 미취업 또는 실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취업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신감 회복이야말로 취업 관문을 뚫는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는 평소 본인이 희망했던 직업과 실제 적성 및 취업 가능한 직업 간의 불일치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해 준다. 만약 교육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2단계 직업훈련과정으로 넘어간다.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제조업체 사무직에 취업한 한모 씨(23·여)는 “거듭된 취업 실패로 마음의 상처는 물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내가 과연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며 “자격증, 학력 같은 조건도 중요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 상담과 함께 ‘개인별 취업활동 계획(IAP·Individual Action Plan)’ 작성도 이뤄진다. 집중 취업알선이 이뤄지는 3단계 과정에서는 이력서 작성 및 면접 클리닉, 동행면접,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참여 등 실전과정을 거치게 된다. 참가 지원은 전국 종합고용지원센터(1588-1919) 또는 워크넷(www.work.go.kr)으로 하면 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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