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준비된 전경련맨’ 점수 땄어요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매일 신문을 2시간 넘게 정독하며 경제 이슈를 공부한 조윤석 씨(25·왼쪽)와 미국에서 일본어 강의를 들으며 국제적 감각을 키운 장은경 씨(27)가 “최고의 전경련맨이 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매일 신문을 2시간 넘게 정독하며 경제 이슈를 공부한 조윤석 씨(25·왼쪽)와 미국에서 일본어 강의를 들으며 국제적 감각을 키운 장은경 씨(27)가 “최고의 전경련맨이 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의 외경. 1979년 준공된 이 건물은 조만간 완전히 헐려 2012년경 50여 층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예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의 외경. 1979년 준공된 이 건물은 조만간 완전히 헐려 2012년경 50여 층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예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경제단체이다. 그러나 ‘직장으로서의 전경련’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전경련의 올해 공채 경쟁률은 150 대 1이었다. 그만큼 인기 있는 직장이란 뜻이다. 전경련의 팀장급 간부들은 “신입사원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많이 낮아졌다. 10년 전만 해도 300∼500 대 1이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 학력고사 인문계 전국수석 출신이 전경련에 입사해 재계의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조윤석(25) 장은경 씨(27·여)는 전경련의 역할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준비’로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을 뚫은 대표적 인재들이다.》

올해 전경련 입사 조윤석-장은경 씨

하루 2시간씩 신문 읽고 스크랩
미국서 일어 배우며 영어도 공부
“1주일에 사회-경제서적 1권씩 독파…소감-느낌 적으며 글쓰기 연습”
“직장 두 곳이나 그만뒀지만 면접서 ‘과감한 도전’ 당당히 밝혀”

○ 하루 신문 2시간 정독하며 경제 이슈 꼼꼼히 챙겨

조 씨는 어려서부터 신문을 즐겨 읽었다. 전경련이란 직장을 알게 된 것도 신문을 통해서였다. 조 씨는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전경련 소식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전파하는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 ‘특정 기업에서 일하기보다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경제 전반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고 ‘전경련맨’이 되기로 했다고 한다. 하루 2시간 넘게 정독하던 신문에서 전경련 관련 기사를 꼼꼼히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규제개혁 같은 경제 이슈 기사도 따로 모아놓고 그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훈련을 거듭했다.

조 씨는 “전경련의 주요 업무는 기업들의 고충을 수렴해 그것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요 이슈별 내용을 잘 취합해 정리할 수 있는 ‘글쓰기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1주일에 사회과학 또는 경제 분야 책을 1권씩 독파하고 그 소감과 느낌을 적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했다. 조 씨는 “이력서 특기란에 ‘글쓰기’라고 적었다. 그만큼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 홈페이지에 실린 보도자료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 경제교과서 발간 같은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전조사를 했다.

○ 미국에서 일본어 강의를 수강하며 키운 국제감각

장 씨는 동료 여자 신입사원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한 대기업의 기획부서에서 7개월 일하다 퇴사했고, 그 후 일본계 제조업체에서 다시 7개월간 근무하다 그만뒀다. 면접 과정에서 그의 복잡한 이력이 단연 질문 공세의 주요 대상이 됐다.

장 씨는 “하던 일을 두 차례나 그만뒀지만 진정한 인생의 목표를 찾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해외시장 조사를 하다가 전경련이란 직장을 알게 됐고, 그때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도전과 실패 과정을 거짓 없이 당당하게 밝히자 자칫 약점이 될 수도 있었을 그의 ‘과거’는 과감한 도전정신이란 긍정적 평가로 바뀌었다.

장 씨는 어릴 때부터 국제무대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 일본인 친구와 대화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했다. 고교 시절에는 풍물패 활동 등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했다. 대학 시절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6개월간 영어 대신 일본어 강의를 수강했다. 그는 “영어 강의 수강생은 한국인이 절반 이상이어서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단기간에 토익 955점, 일본어능력시험 2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합격 요인

조윤석 장은경 씨 모두 경제단체 직원으로서의 글쓰기 자질을 인정받았다. 경제 현안 파악 능력, 논리적 사고, 직관력, 문제해결 방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논술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토론과 면접 전형 과정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포용력을 갖추면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했다. 경제단체 업무와 특성을 비교적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목표의식도 뚜렷했다. 조 씨는 특히 집단토론에서 다양한 예시를 들며 인상적인 토론 주도 능력을 보였다. 입사 의지가 매우 강하고 적극적 자세가 돋보였다. 장 씨는 긍정적 사고를 지녔고 도전의식이 강했다. 입사 후 포부에 대한 구체성도 남달랐고 외국어 능력 등 국제 감각도 뛰어났다.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떤 회사
시장경제 발전 목표로 1961년 민간경제인들이 설립

사단법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61년 민간 경제인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한국의 대표적 경제단체이다. 회원은 제조업 무역 금융 건설 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 65개와 한국 대표기업 400여 개로 구성돼 있다.

설립 목적은 자유시장경제와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한국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각종 경제 문제에 대한 조사 연구 △주요 경제 현안에 관한 대정부 정책 건의 △외국 경제단체 및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 △자유시장경제 이념의 전파와 사회공헌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입사 전형은 1차 서류심사, 2차 경제 현안에 대한 논술, 3차 집단토론 등의 실무면접, 4차 임원 면접으로 이뤄진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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