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삼성증권 입사 이윤미 씨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올해 2월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윤미 씨가 서울 중구 삼성증권 명동지점에서 입사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씨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긍정적 자세가 확고하다면 취업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올해 2월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윤미 씨가 서울 중구 삼성증권 명동지점에서 입사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씨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긍정적 자세가 확고하다면 취업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2018년 중국 왕징지점 마스터PB 이윤미입니다

맹랑한 자기소개서에 면접관들 ‘필’ 꽂히다

지방대에 非상경계열 출신이지만
‘심리학 전공=고객심리 파악’ 강조
경영 - 경제학 공부도 소홀히 안해

“삼성증권 중국 왕징(望京)지점 마스터 PB 이윤미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고객이 투자하는 기업에 고객과 함께 기업 탐방을 다녀온 뒤 장 마감을 지켜보고 오후 11시부터는 뉴욕 증시를 체크하며 증시 이슈를 파악할 계획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고액 자산가 고객과 함께 홍콩 미술경매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겨울 입사지원서를 훑어보던 삼성증권 면접관들의 눈길이 이윤미 씨(24·삼성증권 명동지점)의 자기소개서에 머물렀다. 이 씨는 자기소개서에 10년 뒤 자신을 중국의 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중국 지점의 마스터 PB로 가정하고 자신의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이 씨는 “중국 본토에 아직 PB 영업인가도 나지 않았지만 한국보다 더 큰 시장에서 PB 중의 PB인 마스터 PB가 되겠다는 뚜렷한 꿈을 제시한 것을 면접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약점을 강점으로 부각시켜라

대형 증권사에 입사하려면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 상경계열을 전공하고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원자가 많다. 그러나 올해 2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 씨는 지방대(충남대 심리학과)를 졸업했고 증권사 취업에 필수라고 알려진 ‘금융 3종 세트(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일임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도 없다.

이 씨는 “입사 동기 97명 가운데 상경계열 전공자는 60%를 넘지 않는다”며 “눈에 보이는 스펙을 강조하기보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이 씨는 전공인 ‘심리학’을 강점으로 살렸다. “전공인 심리학과 증권업이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이 씨는 전공과 연계됐던 과거 경험을 살려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 씨는 대학 3학년 때 6개월 동안 대전의 노인 복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환자로 찾아온 노인들과 대면 상담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이 쾌활한 이 씨와 대화하면서 즐거워했던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 씨는 이 경험이 고객을 만나 신뢰를 쌓아 나아가야 하는 PB 업무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비상경계열 졸업자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해서 증권회사 업무의 본질인 경제, 경영학적 기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 씨는 남들보다 늦은 대학 4학년 때 증권회사 취업을 목표로 정했기 때문에 졸업 직전 1년 동안 경제, 경영 관련 수업을 수강하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금융계 입사를 준비하는 학교 친구들 7명과 함께 스터디 모임을 결성해 매주 금융회사 입사 정보를 공유하고 졸업 뒤 금융계에 취업한 선배들에게 최근 업계 동향을 수시로 물어보며 면접 준비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인턴 기간을 100% 활용하라

이 씨는 대학교 4학년 때 삼성증권 둔산지점과 본사 전략기획파트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인턴 경험을 단순히 경력 관리용으로 생각하는 지원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씨는 “단 한 군데서 인턴으로 일하더라도 인턴 기간에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사업 전략을 철저히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본사 전략기획파트에서 일할 때 이 씨는 인턴 동기들과 함께 대학생이 선호하는 증권사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씨는 “이 과제를 통해 삼성증권이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미래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이것이 면접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턴 생활을 통해 만난 선배들과의 유대관계도 훌륭한 자산이 됐다. 이 씨는 인턴이 끝난 뒤에도 본사와 지점 선배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입사와 진로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삼성증권이라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은 것.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마스터 PB로 활동하고 싶다고 결정한 것도 인턴 생활을 통해 생긴 목표다.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학교에서 충분히 배운 사실이지만 실제 금융 현장에서 인턴으로 일해 보니 중국 시장은 생각보다 더 중요했고 발전 가능성도 커 보였다. 이 씨는 “인턴으로 일해 보니 삼성증권은 뚜렷한 목표만 있다면 언제든 지원해줄 준비가 돼 있는 회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합격요인

―지방대를 졸업했음에도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자신 있게 일할 수 있다는 포부가 자기소개서, 면접 과정에서 잘 드러났음.

―현업에 바로 나가서 누구와 만나도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이 인상적이었음.

―PB가 되겠다는 목표의식이 뚜렷했으며 영업을 통해 전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표현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음.

―밝고 긍정적인 자세는 매일 고객을 대하는 PB에게 가장 필수적인 덕목으로 이는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음.

■ 삼성증권은 어떤 회사

도전정신 강한 인재 선호
올해 100~150명 채용 예정

1992년 국제증권을 인수해 출범한 삼성증권은 빠른 성장을 거듭해 고객 자산 규모와 시가총액 등 여러 면에서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직원 수는 총 2700여 명, 국내외에 97개 지점과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국내뿐 아니라 홍콩, 일본 등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증권업에 대한 열정이 있고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이다. 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올해 상반기 청년인턴제도로 선발된 인원을 포함해 하반기까지 100∼1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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