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엔씨소프트 신입사원 3인방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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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도 게임처럼… 튀어야 산다

엔씨소프트 신입사원 3인방
공지훈-장혜지-신수정 씨

“게임은 창의력 싸움.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하라.”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32명을 새로 뽑았다. 서류전형에 5000여 명이 지원했으니 150 대 1을 넘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게임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면접관들은 어떤 대답을 가장 원할까.

공지훈(27·게임디자인), 장혜지(24·여·마케팅커뮤니케이션), 신수정 씨(22·여·웹 운영기획) 등 3명의 신입사원은 하나같이 ‘개성’을 강조한다. 이들의 솔직담백한 증언을 통해 개성만점 취업전략을 파헤쳐 봤다.

“경비-조연출 등 알바경력 독특
대학시절 소프트웨어 특허 출원도
창의력 싸움… 달라야 유리해요 ”

○ 독특한 이력은 쌓을수록 좋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공지훈 씨. 색안경을 끼고 보면 그의 이력서는 난잡하다고 할 정도다. 편의점과 PC방에서부터 게임대회 및 이벤트 행사보조와 선반조립까지 경험했다. 사설 보안업체에서 일거리를 구해 공장 정문을 지키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력들이 일단 나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혜지 씨의 경력도 만만찮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경험으로 무장했다. 장 씨는 2006년 8월부터 1년간 케이블방송인 MBC게임에서 조연출로 일했다. 말이 조연출이지 촬영, 편집, 무대 설치, 장내 정리 등 모든 잡다한 일이 그의 차지였단다. 한 인디밴드의 팬클럽 회원일 때는 오프라인 모임의 이벤트 기획을 자청하기도 했다. 참석자가 100명에 가까웠던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고된 2, 3주를 보냈지만, 이는 훗날 이력서 한 줄을 멋지게 장식했다.

신수정 씨에게는 ‘킬러 콘텐츠’가 하나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자바 프로그램 수업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특허를 출원한 것. ‘사전 기능을 넣은 채팅 프로그램’이 그의 작품이었다. 아이디어는 터키를 여행하던 중 한국의 친구들과 채팅을 하려는데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불편함을 겪었던 데서 찾아냈다고 했다.

○ 열정만이 회사를 감동시킬 수 있다

3명은 모두 컴퓨터 마니아다. 장 씨는 “한때 ‘게임 폐인’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일단 마케팅 직종으로 입사했지만 나중에는 게임을 직접 기획하는 게임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한다. 장 씨는 “대학에서 전공한 고고미술사학은 인문학의 총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의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에 꽂혔던 신 씨는 대학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모두 ‘웹’과 관련된 것들만 했다. ‘웹 팀’이라는 동아리 회장이었던 2학년 때는 대학 홈페이지 개선에 대한 총관리직을 맡았고, 틈틈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과 중소기업 홈페이지 제작 및 디자인을 했다. 엔씨소프트 지원을 결정한 뒤에는 전략적으로 이 회사의 대표게임인 ‘아이온’을 마스터하기도 했다.

공 씨의 경우는 경영학을 공부하다 아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러 게임소프트웨어로 전공을 바꿨다. 1학년 때 한 게임회사가 주최한 게임기획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등 졸업 때까지 3번의 공모전 입상 경력을 쌓았고, 학교에서도 2번이나 공로표창을 받았다. 취업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위해 수십 곳의 게임회사에 이력서를 넣기도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핵심적인 일을 맡기지는 않았지만 그때 익혔던 게임회사의 분위기는 취업 후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 이력서도, 면접도 무조건 튀어라

준비된 자들도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야 인정받는 법. 장 씨는 “이력서를 마치 잡지기사나 소설처럼 소프트하게 썼다”며 “어휘 하나하나도 신경을 써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게임회사는 창의력과 자율성이 강조된다는 점을 간파한 전략이었다.

신 씨는 “아주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튀어야 한다. 무난한 캐릭터로 어필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가장 돋보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면접 때는 지원 분야인 웹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식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업무능력이 기본 이상은 담보돼야 취업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공 씨는 “게임 관련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일찌감치 세우고 모든 대학생활을 목표를 이루는 과정으로 삼았다는 점을 이력서나 면접에서 수차례 강조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합격 요인

-관련 전공이 해당 분야에 맞았고 공모전 수상 실적 및 인턴활동 경력이 남달랐다. 지원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심사위원들에게 적절히 어필했다.(이상 공지훈)

-1차 서류전형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력서의 형식과 내용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됐다. 면접전형에서 평소 게임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기습 질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게 대응한 점이 좋았다.(이상 장혜지)

-대학시절 웹 동아리 회장, 홈페이지 제작 및 웹 운영 아르바이트, 특허출원까지 많은 경험을 한 점이 두드러졌다. 면접전형에서 화이트보드에 직접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는 등 밝고 적극적인 모습이 좋았다.(이상 신수정)

■ 엔씨소프트는 어떤 회사

1997년 3월에 설립된 온라인게임 업체다. 2000년 코스닥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아시아, 유럽, 북미 등 해외에 진출했다. 대표 게임으로는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장르인 ‘리니지’가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아이온’도 인기를 얻고 있다. 회사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3466억 원, 영업이익은 422억 원이다.

엔씨소프트의 인재상은 핵심가치인 성실(Integrity), 열정(Passion), 끝없는 변화(Never-ending Change)를 바탕으로 △원칙과 명예를 지키는 인재 △모든 일에 열정을 쏟는 인재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재다. 신입사원은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온라인 진행), 1차 실무진 면접과 2차 임원진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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