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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 세계의 그린 도시를 가다]<3>열병합 발전 덴마크 티스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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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 세계의 그린 도시를 가다]<3>열병합 발전 덴마크 티스테드

동아일보입력 2010-01-13 03:00수정 2010-01-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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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지열-바이오 발전… 석유없이 이룬 ‘에너지 자립도시’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필요한 전력 100% 생산
발전설비 서로 연결해
폐열 재활용 시스템 갖춰
난방비, 석유의 30% 수준
풍력 지열은 물론이고 쓰레기와 도축장의 폐기물까지 주위의 모든 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도시, 덴마크의 티스테드. 유틀란트 반도 서북쪽에 자리한 인구 4만6000명의 자그마한 전원도시인 티스테드는 ‘덴마크 최고의 지속가능한 친환경도시’로 유명하다. 이곳처럼 ‘값싸고 깨끗하고 효율적인’ 신재생 에너지 활용시스템을 구축한 도시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 ‘주위의 모든 것이 에너지원’

100km에 이르는 서부 해안은 거친 북해를 접하고 있어 1년 내내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다. 전 세계 윈드서핑 애호가들이 ‘콜드 하와이(Cold Hawaii)’라고 부르며 즐겨 찾을 정도다. 풍력발전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4일 수도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1시간, 승용차로 2시간을 더 달려 티스테드에 도착했을 때도 걷기 어려울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1992년부터 전 지역에 풍력으로 발전한 전기를 공급하는 티스테드는 ‘덴마크 풍력발전의 요람’으로 불린다.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곡식 수확이 끝난 들판엔 밀짚을 사람 키 높이로 둥그렇게 말아 둔다. 사료가 아니라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밀짚 소각로’로 보내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밀짚이다. 농가에서 기르는 소 돼지 밍크의 배설물은 물론이고 도축장의 폐기물까지도 가스 생산에 사용된다. 이날 만난 농부들은 “티스테드에선 1년 내내 들판과 가정 등 주위에서 에너지를 수확한다”고 말했다.
3가지 발전소 연결 ‘에너지 삼위일체’ ‘에너지 삼위일체(energy trinity)’ 티스테드 전역에 전력과 난방열을 공급하는 티스테드 열병합발전소는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 생산 효율이 가장 높은 발전소로 불린다. 티스테드 전역의 쓰레기를 수거해 난방열과 전력을 생산하는 쓰레기 소각로(왼쪽 사진)와 들판의 밀짚을 태워서 난방열을 얻는 밀짚 소각로(가운데 사진), 지하 1243m 지열을 이용하는 덴마크 최초의 지열발전소가 서로 폐열을 회수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것이 비결이다.

○ ‘에너지 삼위일체(energy tr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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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쓰레기와 밀짚, 지열을 동시에 활용한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으로 ‘에너지 삼위일체’라는 별명을 얻은 티스테드 발전소를 찾았다. 쓰레기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밀짚 소각로, 지열 설비를 연결해 각 설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완전히 회수해 남김없이 사용하는 독특한 열병합발전소다.

이곳에서는 연간 5만2000t의 쓰레기를 태워 107GWh(기가와트시)의 난방열과 25GWh의 전력을 생산한다. 107GWh는 2008년 한국 기준 2만1370가구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라르스 토프트 한센 발전소 운영위원회 의장은 “화석연료는 1% 미만을 사용하므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그는 특히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물질은 100% 수증기”라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나 다이옥신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을 모두 필터로 걸러낸 뒤 내보내기 때문이란다.

쓰레기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설비 옆에는 밀짚 소각로가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8700t의 밀짚을 태워 30GWh의 난방열을 제공한다. 지하 1243m 지점에 파이프를 꽂아 연간 25GWh의 난방열을 생산하는 덴마크 최초의 저온지열발전소도 여기에 있다.

세 가지 발전 방식을 결합한 결과 지역난방 가격은 석유를 이용할 때의 3분의 1로 줄었다. 한센 의장은 “이는 우리 코앞에 있는 에너지원을 남김없이 활용한 덕분”이라며 “농부들은 밀짚을 팔아 가외소득을 올렸다”고 말했다.

○ “신재생 에너지, 쓰고도 남는다”

티스테드가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30년 전부터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고 난 뒤 값비싼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 특히 1983년 설립한 ‘신재생 에너지를 위한 노르딕센터’라는 비영리 단체가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의 중심이 됐다. 이곳은 현재 유럽 최대의 친환경 연구소 중 하나다. 이 연구소의 원칙은 이미 개발된 기술과 주민의 능력 안에서 주위에 널린 에너지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성과는 놀라웠다. 티스테드는 필요한 전력의 100% 이상을 풍력이나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다. 필요 전력의 80%는 해안과 들판에 설치한 226개의 풍력터빈에서 나온다. 연간 생산 전력량은 103GWh다. 나머지 20%는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만드는 바이오가스 등에서 나온다. 티스테드의 2500가구와 1700개 기업은 모두 ‘자연의 힘(power of nature)’만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셈이다. 난방의 80%도 이걸로 해결한다.

신재생 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쓰고도 남는다고 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아니다. 티스테드는 되레 에너지 절약에 어느 곳보다도 철저하다. 일례로 이 지역 어린이의 등교 시간은 순차적으로 약간씩 다르다. 한 학교가 오전 9시에 수업을 시작하면 인근 학교는 9시 20분에 수업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한 대의 스쿨버스로 모든 학생의 등교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 “제3의 산업혁명”

미국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티스테드는 모든 에너지원을 러시아나 중동이 아니라 바로 그 지역에서 얻는다는 점에서 이는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티스테드의 탄소제로 프로젝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 미래 주요 투자사업 중 하나는 지역의 에너지 생산 설비를 통합하는 것이다. 한센 의장은 “티스테드 곳곳의 소규모 난방설비와 에너지 생산 시설을 결합해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각 농가의 에너지 여유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다른 곳에 전달함으로써 농민들에게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티스테드·베스텐스코브(덴마크)=글·사진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도움 주신 분들
주한 덴마크대사관 김진희 수석상무관 KOTRA 코펜하겐 무역관 권기남 과장

▼“가축배설물-쓰레기 등 모든 게 에너지자원”▼
■ 바이오 발전시설 갖춘 티스테드 농부들

“내게 세상의 쓰레기는 모두 에너지요, 돈이다. 소 돼지 똥도 에너지요, 버려지는 아이스크림도 돈이다.”

곡물 재배와 목축이 본업인 50대 농부 옌스 키르크 씨는 최근 본업이 바뀐 듯하다. 티스테드 주민답게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그는 2008년 부친 때부터 일궈온 농장에 연간 20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터빈 1대와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설비를 갖췄다. 두 가지 설비로 생산하는 전력은 그에게 곡식을 수확하고 돼지를 기르는 본업보다 많은 이득을 보장한다. 값싼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그의 농장과 공장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그에겐 주변 농가에서 “통이 다 찼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온다. 소와 돼지 등의 배설물이 수거해 갈 만큼 가득 찼다는 뜻이다. 도축장과 밍크 농가, 생선가공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수거한다. 심지어 아이스크림 공장에서는 버려지는 아이스크림도 수거한다.

지난해 12월 4일 오후에 방문한 그의 농장에선 이렇게 수거해 온 배설물과 폐기물이 섞여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매일 평균 55t의 폐기물을 수거해 오면서 폐기물 처리비까지 받는다. 그가 풍력터빈과 바이오가스 설비로 매년 생산하는 전력은 4000MWh. 이는 이 지역의 700여 가정이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이다. 또 바이오가스 설비만으로는 연간 2500MWh의 난방열을 생산한다.

그는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남은 폐기물의 고체 및 액체 찌꺼기도 버리지 않는다. 이를 인근 화훼 농가에 보내 비료로 사용하도록 한다. 돈을 받고 팔지는 않지만 반드시 영수증을 받는다. 폐기물의 찌꺼기조차 아무렇게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하는 관련 법규 때문이다.
▼남는 전력, 수소전지에 저장하는 연구 진행중▼
■ ‘신재생에너지 실험실’ 롤란드 섬

롤란드 섬의 작은 마을 베스텐스코브에 있는 수소연료전지 전시장. 수소를 뜻하는 H2 모양의 출입문이 달려 있다.
덴마크 동남부 롤란드 섬은 신재생 에너지의 실험장으로 불린다. 신재생 에너지에 관한 덴마크의 생소한 실험은 주로 이 섬에서 이뤄진다. 롤란드 섬의 베스텐스코브라는 작은 마을은 최근 ‘수소연료전지도시 프로젝트’로 덴마크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개발한 잉여전력을 수소연료전지에 저장해 두고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주택의 전력과 냉난방을 해결한다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는 롤란드 섬의 풍족한 신재생 에너지원 덕분에 가능하다. 풍력 태양열 바이오가스로 생산하는 전력은 섬 인구 5만 명이 쓰고도 남아 독일과 스웨덴 등 주변 국가로 수출된다.

하지만 롤란드 섬은 최근 남는 전력을 헐값에 수출하는 대신 덴마크 안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남는 전력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나눠 저장한 뒤 필요할 때마다 연료전지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원리를 이용하기로 한 것.

혁신적인 시도지만 갈 길은 멀다. 수소연료전지 설치비가 가구당 200만 덴마크 크로네(4억3800여만 원)에 이른다. 지방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안내한 비영리 에너지 컨설팅 단체 Bass(Baltic Sea Solution)의 얀 요한손 씨는 “2008년 11월엔 북한의 시찰단이 코펜하겐을 방문해 수소연료전지와 풍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며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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