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경기회복 신호, 부동산만 보지 말고 숲을 봐라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주식 가격이 급등하고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 열기가 가속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실사지수, 소비심리지수 등 경기 관련 지표들도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의 회복은 상당히 더디고, 전체적으로 경기회복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실질적인 경기회복 속도를 앞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호가 위주로 상승한 결과 오히려 구매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결과에 의하면 수도권에서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구매하려는 비중이 연초보다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최근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구매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신규주택을 청약할 의사를 가진 사람은 10% 정도 증가하여 대조를 이뤘다. 물론 청약 의사를 가진 비율은 아직 15% 수준으로 이는 호황기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다.

그나마 수도권은 나은 편이다. 지방은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일부 지방 광역시는 기존주택을 6개월 내에 구입하려는 비율이 15%에 불과하며 청약 의사도 계속 하락해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의 비율도 급속히 감소하는 등 시장 위축이 연초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 시장 일부만 회복되고 지방은 장기 침체 국면이 이어진 결과 전체 미분양아파트 물량은 3월 말 현재도 16만5000채에 이르고 이 중에 지방의 비중은 83%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지방 광역시에서는 경기 자체의 회복이 지체돼 미분양으로 인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으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이들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들어 경제 위기의 징후는 주택시장보다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표적인 부동산 분야의 성장시장으로 자리잡아온 국내 오피스시장도 공실이 급증하는 등 본격적인 불황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역 대형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 이후 두 배로 증가해 4%를 넘어서고 있다. 공실률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지 않는 한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청약 열기나 국지적인 전세 수요 증가, 서울지역의 미분양 감소 등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는 것 자체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가 곧 부동산경기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동산이 갖는 파생적 성격을 고려할 때 회복의 본격적인 신호는 부동산시장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기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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