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KOREA]SK“미래 금맥은 바이오…생명과학 글로벌 강자로”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간질 치료제 등 7가지 FDA 임상승인 개가

미-독-일 등과 함께 10여개 신약생산국 반열에

‘차세대 금맥(金脈), 생명과학에서 찾는다.’

SK그룹은 대표적인 미래 먹을거리로 생명과학 분야를 잡았다.

주력 산업인 에너지(SK에너지)와 정보통신(SK텔레콤) 위주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해 그룹 차원에서 더욱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SK그룹 관계자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그룹 차원에서 R&D위원회를 구성해 전사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생명과학 사업을 이끄는 양대 축은 지주회사인 SK㈜와 최근 3년간 꾸준히 제약회사를 인수합병(M&A)해 온 SK케미칼.

SK㈜는 1996년 국내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우울증 치료제인 ‘YKP10A’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IND·Investigational New Drug) 승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생명과학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SK㈜는 간질치료제인 ‘YKP509’, 정신분열증치료제인 ‘YKP1358’, 간질·불안치료제인 ‘YKP3089’,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인 ‘SKL11197’ 등 7개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을 미국 FDA에서 받았으며,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임상시험에 들어간 SKL11197은 말초신경 손상 등으로 인한 만성 난치성 통증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로 의료계와 학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시중의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는 주로 간질이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을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치료 대상 질환을 확대한 것이지만 SKL11197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전문으로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SK㈜ 측은 “SKL11197은 1000mg 이상의 많은 용량을 투여했을 때도 졸림 등 기존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 세계적으로 28억 달러(약 3조6960억 원)에 이르는 시장을 공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덕분에 SKL11197은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인 ‘바이오스타 프로젝트’ 최우수 대상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SK㈜는 미국 현지 연구소인 ‘SK 라이프 사이언스’를 통해 SKL11197에 대한 임상시험과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글로벌 신약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추신경계(CNS) 질환 신약 개발 역량을 토대로 SK㈜는 2006년부터 매년 한 개 이상의 임상시험 승인 물질을 내놓고 있다.

또 SK㈜는 2000년부터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의약중간체 사업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SK에너지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SK㈜는 의약중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응, 촉매, 분리, 정제 기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SK㈜가 생산하는 의약중간체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중간체, 심혈관 치료제 중간체 등 4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제품은 화이자 등 세계 10대 제약회사에 90%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2000년 처음으로 280만 달러(약 37억24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05년 1980만 달러, 2006년 2310만 달러, 2007년 31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SK케미칼도 글로벌 생명과학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발돋움을 하고 있다.

1989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신약 개발에 착수한 SK케미칼은 1999년 국산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를 내놓았다.

선플라 개발 성공으로 한국은 의약산업 100여 년 만에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10여 개 의약 선진국이 이끌어 온 신약 생산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이후 SK케미칼은 2001년 국내 천연물 신약 1호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를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를 내놓았다.

이로써 SK케미칼은 국내 제약회사로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 신약을 3개 보유하게 됐다.

SK케미칼은 바이오 전문 벤처기업인 인투젠을 합병한 뒤 바이오 R&D센터를 개소하는 등 국내 신약 개발의 ‘메카’로 도약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앞으로 기존 연구 노하우가 확고한 ‘합성’ ‘천연물’ ‘제제(DDS)’에 이어 ‘바이오’ 분야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케미칼은 제약회사를 잇달아 M&A해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6년 예방백신을 생산하는 동신제약을 흡수 합병해 백신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충북 청주공장을 인수해 우수 약품제조 및 품질기준(KGMP)에 맞는 공장 설비를 갖춘 데 이어 엠빅스의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했던 바이오 벤처기업인 인투젠을 합병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 생명과학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SK그룹은 주력산업인 에너지와 통신 분야에 머물지 않고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1등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20~30년 걸려도 좋다” 뚝심의 R&D▼

SK그룹의 신(新)성장동력 발굴 역사는 그룹 특유의 ‘사업화 연계 연구개발’(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과 궤적을 같이한다.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은 평소 “기업 연구의 최종 목표는 사업 개발이기 때문에 연구만을 위한 연구는 안 된다”며 “아무리 오래 걸려도 사업이 된다 싶으면 집요하게 R&D에 매달려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최 전 회장은 1979년 경기 수원시에 선경합섬연구소(현 SK케미칼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연구개발(R&D)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무한 창조’를 구호로 내건 이 연구소는 설립 때부터 폴리에스테르와 태세사, 탄소섬유 등 첨단 신소재를 잇달아 개발했다.

그는 1985년 4월 선경화학(현 SKC) 연구소를 설립하도록 지시했다. 이 연구소는 ‘꿈의 오디오’로 불리는 콤팩트디스크(1986년), 광자기 디스크 및 감열전사 포일(1990년) 등을 연이어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1987년에는 선경합섬 생명과학연구소가 설립됐다.

당시 연구원들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은 “10년이 아니라 20∼30년은 걸릴 것이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며 장기적인 관점의 R&D 추진을 당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연구소는 이후 은행잎 추출물을 이용한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과 항암제 ‘선플라’ 등을 개발해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SK그룹은 1998년 최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신기술 개발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대와 미래 성장에너지 확보를 위해 R&D 경영을 강화해 왔다. 2003년 3000억 원 수준이던 R&D 투자비는 올해 1조1000억 원으로 5년 만에 4배 가까이로 늘었다.

SK그룹 측은 “현재 중국 상하이 신약개발연구소, 미국 뉴저지 의약개발센터와 글로벌 솔루션 랩 등 모두 18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신기술 R&D의 전초기지인 국내외 연구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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