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中 경기 연착륙 희망… 그리스는 여전히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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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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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미국과 중국, 그리스가 금융시장의 화두다. 미국은 제조업, 주택, 고용지표 모두 경기둔화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발표된 소비지표가 예상치보다 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은 여전히 소프트 패치(경기회복 국면 속 일시적 침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주택지표는 투매국면의 막바지에서 보이는 주택가격 하락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 바닥에 근접했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경제 정책 기조도 여전히 경기를 유지 또는 부양하려는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은 5월 물가지표가 시장 기대에 부응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기 위한 긴축의 강도가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물가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아 금리나 지급준비율 인상, 총액규제 같은 수단 외에 위안화 절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절상 속도를 조절해 위안화 환율의 변동 폭이 확대되면 중국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 다른 나라의 경기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한 조율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달러화 증발과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봉합된 것과 달리 그리스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째, 리먼브러더스와 같이 부실해진 금융기관은 합병과 실업이라는 수순으로 해체됐지만 그리스는 국가라는 측면에서 다르다. 자구책을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없고 그리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둘째, 미국은 달러화 가치와 금리의 추세적 하락을 통해 경기회복을 꾀하고 채무 만기연장(롤오버) 비용을 낮췄지만 그리스는 유로존의 일원으로 통화가치 하락이 여의치 않고 금리 상승으로 오히려 롤오버 비용이 늘고 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금융회사와 같은 채권자의 부실과 주변국 채권에 대한 투자 기피로 이어진다면 파급 효과는 커질 것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회사들이 채무 만기연장을 진행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병행하면서 그리스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그리스가 자생적으로 회복할 수 있느냐이다. 그리스가 단일국가 통화를 쓰고 있다면 자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실질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유로존에 속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그리스 사태 해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중국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만 그리스는 말 그대로 시간 벌기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스를 중립적 변수로 본다면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나쁘지 않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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