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기자의 실전재테크]미술품 경매 현장 가 보니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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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좋아하세요? 이번에는 미술품 재테크에 도전해 봤습니다. 서울옥션이 주최하고 우리금융그룹이 협찬해 12∼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 옥션쇼’에 다녀왔거든요. 저는 13일 이곳에서 경매 출품작들을 둘러보고, 15일 다시 방문해 경매에 참여했습니다. 1500여 개 작품이 1만2000여 명의 관람객과 만난 이 행사는 경매 낙찰 총액이 363억 원으로 국내 경매회사의 단일경매 액수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저는 주식투자는 해 본 적이 없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는 별로 안 와 닿습니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아트테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 미술잡지를 정기적으로 보고, 미술관도 종종 드나들거든요. 이따금씩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예술작품을 사는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입니다. 》

그러다 보니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몇 차례 놓치기도 했습니다. 큰맘 먹고 투자했으면 박수근 화백의 연필 드로잉 작품도 수중에 들어올 뻔했죠.

미술계에 종사하는 친구가 몇 년 전 ‘콕’ 찍어준 안성하 작가의 ‘담배’ 그림도 그때 샀으면 지금 세 배 이상 수익을 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림을 들여다봐도 마음이 안 끌렸어요. 투자도 좋지만 제 취향이 아니니 어쩌겠습니까.

○ ‘미술도 저평가 우량주를 잡아라’

13일 우리금융그룹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미술품 투자 강연을 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시중의 유동자금이 미술품 시장으로 몰려 최근 몇 년간 작품 값이 크게 올랐다”고 했습니다.

그는 “작품보다 작가 명성만 보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이 국내 미술시장의 문제”라며 “유명가수 조용필 씨가 부른 노래 전부가 히트작이 아닌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미술시장은 저평가 우량주를 골라야 한다는 점,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과 닮았습니다. 그런데 대개는 공부하지 않고 서슴없이 구입합니다. (미술품은) 눈으로 보이니까 만만해 보여 그렇습니다. 유명작가의 작품 중 대표작 또는 초기작을 사야 값이 오릅니다. 또 그림을 사면 단기에 되팔지 말고 오래 묵혀 두십시오. 그러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사야 합니다.”

○ 추정가 만만했는데 낙찰가는 3배로 껑충

정 실장과 함께 경매 출품작을 둘러보며 제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점을 골랐습니다.

인기작가인 이우환 화백의 10호 작품 ‘조응’(추정가 2000만∼4000만 원)은 백색 공간의 여백과 점이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했습니다.

이석주 작가의 3호 작품 ‘말과 꽃’(추정가 200만∼300만 원)을 경매에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가에 대한 공부도 하고 ‘250만 원까지 쓰겠다’는 비장한 결심도 했습니다.

15일 경매가 시작되자 ‘말과 꽃’은 600만 원이라는 낙찰가에 새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기저기서 응찰이 쏟아져 저는 응찰 팻말 한 번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우환 화백의 ‘조응’은 추정가의 8배인 1억60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그동안 용기가 모자라 미술품 투자를 못했다고 자책했는데, 국내 미술품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아마추어 미술애호가의 하소연일까요.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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