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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美 도로 ‘고령운전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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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美 도로 ‘고령운전의 공포’

동아일보입력 2012-01-31 03:00수정 2012-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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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면서도 눈치 없는 운전으로 다른 운전자들을 불편하고 화나게 하는 여성들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김 여사 운전’이라고 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들은 보통 남성보다 운전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고 아무래도 기계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편이어서 운전이 서툴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과 맞물려 여성 운전자들을 비하하는 용어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6개월째 미국에서 운전을 해보니 이곳은 여성이 특별히 느리거나 눈치 없는 운전으로 짜증나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관찰해 봤는데, 우선 이곳 여성들의 운전 시작 시기가 한국보다 훨씬 이른 편입니다. 미국은 고교생 때인 16세부터 임시 운전면허를 받아서 운전을 할 수 있는데 웬만하면 20세 전에는 운전대를 잡게 됩니다. 대도시가 아니고는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여성들도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지식을 쌓고 운전도 일찍 배우다 보니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대부분 운전을 잘하게 됩니다.

한국보다 여성의 자립심이 강하도록 교육을 하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적은 데다 사회성을 일찍 발달시키는 것도 운전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운전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들과 어울려서 함께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한국에 ‘김 여사’가 많다면 그것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미국엔 ‘김 여사’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아주 느리게 가거나 이상한 거동을 보이는 차가 간혹 있는데 대부분 고령 노인이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80대 이상 고령 노인은 대부분 반사신경과 운동신경 판단력 시력 등이 크게 떨어지지만, 미국은 자녀가 부모를 모시지 않는 비율이 높고 대중교통 수단도 부족해서 운전을 하지 않으면 병원에 갈 수 없고 식료품도 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령 노인들도 운전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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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에서 노인들의 사고율이 10대만큼이나 높고 사망사고율은 더욱 높다는 여러 가지 통계가 나오면서 노인의 운전을 제한하려는 법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케이티법(Katie's Law)’입니다. 2006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90대 노인이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다른 차에 타고 있던 17세 소녀 케이티가 숨지면서 노인 운전이 이슈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텍사스는 85세 이상은 2년마다 운전 적성검사를 받도록 법제화했고 다른 주도 따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운전면허 갱신이나 적성검사는 5, 6년마다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1980년대부터 시작된 1세대 마이카족들이 고령 인구로 편입되는 시점인 만큼 노인 운전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미국 노스헤이븐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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