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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도요타가 만만하다니… 진짜게임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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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도요타가 만만하다니… 진짜게임은 지금부터

동아일보입력 2011-12-20 03:00수정 2011-1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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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세계 각국에서 승승장구하는 소식에 일본 도요타와 미국 GM 등 선두권 회사들이 약간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도요타 관련 시설들을 둘러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도요타의 미국 내 현지 법인과 공장, 박물관, 딜러를 며칠에 걸쳐 봤는데 그중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박물관이었습니다. 사실 박물관은 이번에 취재한 미국 도요타의 시설 중 가장 작고 초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뭐 별 거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차를 하나하나 살펴 나가면서 도요타의 저력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우선 도요타가 1958년 미국에 처음 수출한 ‘토요펫 크라운’과 ‘랜드 크루저’를 비롯해 지금까지 판매한 100여 대의 모델이 모두 빠짐없이 모여 있었습니다. 도요타는 일본에 더 큰 규모의 박물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자동차회사의 박물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산된 모델들도 모두 보관돼 있지 않고, 일부는 관리 상태도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서 약간 뜨끔했습니다. 이 밖에도 도요타가 미국 모터스포츠에 투자한 흔적들로 인디카와 나스카 등에 출전한 레이싱카가 30여 대 전시돼 있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2000GT’를 볼 때는 살짝 소름이 돋더군요. 이 모델은 1967년 도요타가 처음 내놓은 정통 스포츠카로 2인승이며 야마하제 직렬 6기통 2.0L 엔진이 들어가 시속 220km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스타일은 당시의 페라리나 포르셰가 부럽지 않을 정도이며 인테리어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GT가 나온 그해에 현대차가 자본금 1억 원으로 처음 설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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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캘리포니아 주 파운틴밸리에 있는 현대차 미국법인의 신사옥 신축 공사현장(용지 7만2800m²)에 가보고 ‘회사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규모가 부쩍 커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흐뭇했는데, 여기에서 약 35km 떨어진 곳에 있는 도요타 미국법인의 규모를 보고선 한숨이 나왔습니다. 용지가 50만 m²로 현대차의 7배에 이르며 10여 개의 건물이 들어서 ‘캠퍼스’라고 불리고 있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은 2개이지만 도요타는 12개에 이릅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요타 ‘롱고’ 딜러는 하루 평균 35대, 금융위기 이전에는 50대를 팔았다고 하더군요. 하루에 1대도 팔지 못하는 현대차 딜러가 있는 점과 비교하면 대단하죠. 도요타는 현대차가 이루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이미 훨씬 오래전에 완성해 놓고 있었습니다.

주눅이 들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자동차 관련 회사 임직원들이 혹시라도 ‘이제 이쯤이면 되지 않았나’ 하고 긴장을 약간이라도 놓을까봐 드린 말씀입니다. 한국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은 압축성장 신화를 이룩한 자신감이 있고, 도요타가 갖지 못한 빠른 의사결정과 돌파력, 유연성, 희생정신 등이 강점입니다.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미국 노스헤이번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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