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CEO]"기술력 믿고 홀로 섰다"…권형기 한라산업개발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47분


“환경전문기업도 충분히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라산업개발은 쓰레기소각장 대기오염방지시설 등 환경관련 설비를 개발하고 설치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원이 대주주인 종업원 지주회사. 외환위기로 한라그룹이 부도로 해체되자 한라중공업내 환경사업실 직원 110명이 퇴직금 20억원으로 99년 4월에 설립한 것. 엔지니어와 영업직 전원이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한라중공업의 모태인 현대양행 시절부터 30여년간 쌓여있던 쓰레기 소각장건설 및 대기오염방지시설 등에 관한 전문기술이 그대로 전수된 셈이다.

한라중공업 환경사업실 실장이었다가 한라산업개발 경영을 맡은 권형기(權亨基·51)사장은 “한라중공업이 조선분야로 특화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던 건설업면허와 실적이 너무나 아까왔다”면서 “기술이 있으니 독립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서울 당인리 발전소에서 탈질 설비에 입찰했을 때 한국전력 내부에서도 기업규모가 너무 작아 제대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한라산업개발은 기술력이 있는 회사’라는 의견이 더 많아 무난히 수주할 수 있었다.

서울대 공대 토목공학과가 지난달 설립한 토양오염방지시설 벤처회사 ‘지오웍스’의 기업파트너로 뽑힌 것도 이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꼽힌다.

한라산업개발은 지난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울산광역시와 경남 창원시가 발주한 쓰레기소각장 건설공사도 수주했다.올해는 서울 마포쓰레기 소각장입찰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예정.

권 사장은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술밖에 없다”며 “올해 600억원정도 매출을 올리고 매년 점차 늘려 1000억원 규모만 되면 탄탄한 중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 직원이나 조직문화에서 대기업시절에 젖어있던 습성이 완전히 빠지지 않고 있는 것.

권사장은 “한라그룹속에 있을 때는 적자가 나도 월급이 그대로 나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며 “직원들 모두가 한발 잘 못 디디면 곧바로 낭떠러지로 밀려나야한다는 각오로 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환경산업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각종 공해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올해 1월에 권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환경산업협회가 베이징에 ‘한국환경산업 기술상설전시관’을 개설한 것도 중국 환경산업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보자는 취지였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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