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백화점 “카드깡 골치” 재결제 확인 또 확인

  • 입력 2004년 7월 22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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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유현주씨(23)는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18만원어치 옷을 산 뒤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5일 뒤 유씨는 어머니의 백화점 카드를 가져와 기존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재결제를 하려고 했지요.

백화점 카드로 결제해야 포인트가 쌓이고 상품권도 받을 수 있기에 늘 그랬듯 유씨는 요청을 했는데 그날은 판매원의 반응이 예전과 달랐습니다.

집으로 전화해서 어머니의 주민번호를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의사표시를 하지 그랬느냐 등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판매원은 “혹시 카드깡 하세요?”라고 물었습니다.

불황으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자 백화점들이 카드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례를 내세우는 손님과 다툼이 발생하고 있지요.

백화점들은 가족의 카드로 재결제를 하려고 할 때 작년까지만 해도 50만원 이하인 경우 신분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결제 고객 가운데 전문 ‘카드깡’ 업체들로부터 백화점 카드를 빌려온 뒤 나중에 대금을 갚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백화점들이 올 들어 직원교육을 강화한 것입니다.

현금 구매 고객의 영수증도 문제입니다. 현금으로 물건을 산 고객들은 영수증을 소홀히 관리하기 쉽지요. 이런 영수증이 카드깡 업자의 손에 들어가면 이들은 카드로 재결제한 뒤 현금을 받아 챙기게 됩니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현금영수증을 들고 와 카드로 재결제하겠다는 고객에게 “어떤 색상의 무슨 물건을 샀느냐”며 꼬치꼬치 묻는다고 합니다.

불량 카드 고객이 얼마나 많기에 이럴까요? 한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설정한 550억원의 대손충당금 거의 전액을 이런 부실채권을 메우는 데 썼다는 군요. 백화점 매출이 약 4조원이라고 본다면 눈 뜨고 당하는 손실이 1%가 넘는 셈이죠.

카드에 관한 한 백화점들이 고객 서비스와 실속 사이에서 실속으로 기운 이유입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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