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헌의 사례로 본 창업]대출통한 무리한 자금마련은 '독'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9시 11분


부인과 세살짜리 자녀를 둔 K씨(36세)는 7년 정도 작은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퇴직하게 됐지만 주로 사무실에서 서류와 관련된 일을 하느라고 막상 창업을 하려니 자신감이 서지 않았다.

퇴직금에다 이래저래 모은 돈을 보태서 마련한 4500만원 정도의 자금으로 창업을 결심한 업종은 한식업 가운데 파전집. 서울의 유명한 파전집 골목에서 첫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가게가 10곳이 넘었지만 20년 넘게 유지해 온 ‘파전집 골목’의 유명세가 사업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사업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창업 과정에 7500만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했다. 부족한 돈 3000만원은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생계형 창업 특별보증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 공사 등 약 3개월 동안의 준비작업을 거쳐 K씨는 지난해 가을 사업을 시작했다.

매출은 비교적 꾸준히 유지되었다. 한 달 평균 8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고 순수익만 250만원 안팎이었다. 큰 문제 없이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했지만 1년 정도 지나자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잇따라 닥쳤다.

첫번째는 든든한 사업의 동반자였던 부인이 출산으로 더 이상 일을 도울 수 없게 된 것. 출산 전후로 4개월 동안 종업원을 쓰게 되었고 매출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한 번 줄어든 매출은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대출받은 자금을 갚는 문제였다. 3000만원의 대출금에 대해 상환거치 기간이 끝나고 원금 분할 상환이 시작되자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따로 마련해야 했다. 결국 대출금을 연체하게 됐고 5개월을 더 버티던 K씨는 결국 사업을 정리하고 말았다.

▽분석과 조언〓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는 소자본 창업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다.마음에 드는 가게를 구하려면 자금이 부족하기 쉽고, 자금 여력에 맞게 점포를 얻자니 입지가 마음에 안드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부족한 자금을 대출받을 생각을 하는데 이 경우 세심한 계산이 필요하다. 전체 대출금액과 그에 따른 이자와 원금의 상환방법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1년 뒤부터 3∼4년 동안은 매달 들어가는 자금이 사업을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사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서 얼마나 많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자금 대출은 합리적인 선에서 이용하면 약이 되지만 무리할 경우 자칫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K씨 경우처럼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할 경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가족 동원이다. 가족 경영 형태를 취하면 좋은데 사업에 참여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인건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bierman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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