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헌의 사례로 본 창업]외국유망업종 보증수표 아니다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57분


이벤트회사에 8년간 근무해온 C씨(37)는 98년 봄 서울의 유명 대학가에서 스트레스 해소방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늘 자기 사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던 C씨는 일본 출장길에 일본 샐러리맨들이 장기불황의 여파로 직장과 가정에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스트레스해소방을 자주 찾는 것을 보고 아이템을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경제사정이 좋지않아 스트레스해소방이라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입지는 대학가로 잡았다. 중심상권에서 좀 떨어져도 워낙 신선한 업종이라 금방 소문이 날 것으로 보았다.

C씨의 예상은 일단 적중했다. 각종 잡지사 등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보였다. 처음 3개월간은 한달에 3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곧 한계를 드러냈다.

새로운 기계장비나 코너를 마련하지 못해 고객의 발길이 급속히 줄어든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홍보도 해보았지만 한번 줄어든 발길은 다시 늘어날 줄 몰랐다.

▽분석 및 진단〓비교적 참신한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한 C씨가 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못맞췄기 때문이다. 30대는 아직 제한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비록 아무도 없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은연중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한국인의 정서였다. 깨고 부수고 소리지르는 스트레스해소법이 일본인에게는 맞지만 한국인에게는 아직 생소했다. 또 다양하고 한국적인 스트레스 해소법 연구에 소홀했다. 외국에서 인기를 끈 업종이라고해도 국내에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정서로의 편입이 뒤따라야 한다.

주요 고객층으로 판단한 20,30대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미리 설문조사를 실시할 필요도 있었다. 많은 사업자들이 사업시작전에 막연한 시장조사만을 바탕으로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사업시작전에 들이는 노력과 사업이후의 실패요인을 줄이는 부분이 비례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nachla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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