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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제2환란 없을까]외환보유고 일단 안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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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제2환란 없을까]외환보유고 일단 안정권

입력 1998-11-22 20:26수정 2009-09-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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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바로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됐다. 빌린 달러는 많은데 갚을 달러가 모자라 국가부도위기 직전에 갔던 것이 바로 1년 전이다.

외환사정은 다행히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50억달러였던 가용 외환보유고가 11월 15일 현재 4백57억4천만달러로 늘어났다.

김태동(金泰東)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최근 한 강연에서 “가용 외환보유고의 확충과 충분한 외화조달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외환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6일 “한국은 제2의 외환위기를 막을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밝혔다. 미국 3,4위권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전망은 내년 상반기까지의 외환수급 상황를 보면 다소 수긍이 간다.

LG경제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내년 6월까지 유입될 달러 자금은 2백96억달러. 상환해야 할 달러는 6백74억달러.

이 계산상으로는 3백78억달러가 부족하다. 그러나 단기외채 가운데 77% 정도만 만기가 연장되면 외환보유고를 건드리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공급되는) 돈으로 상환이 가능하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최근 금융기관과 기업의 만기연장(롤오버)비율은 90%에 육박하거나 이를 웃돌고 있다.

▼제2 외환위기 가능성〓한국은 이제 완전히 외환위기에서 자유로워진 것일까. 재경부가 올해말 만기가 돌아오는 IMF자금 28억달러를 언제 갚느냐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는 자금 상환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는 선택권을 우리 정부에 넘겨주었다.

LG경제연구원 강호병(姜鎬竝)책임연구원은 “올 연말에 제때 갚는 것이 국제신인도 제고 측면에서 낫겠지만 아직 외환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므로 6개월 연장하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외환위기의 수렁에 빠진 것은 자본유출에 대비해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얼마나 충분히 쌓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처럼 ‘외환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릴린치증권 한국지사 관계자는 “제2 외환위기의 함정은 곳곳에 널려 있다”면서 “한국이 내년의 외환보유고 확충과 관련해 희망을 걸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를 충분히 기록하는 것이 외환안정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도 “내년에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을 지속해 수출이 늘지않고 한국 내수경기만 회복돼 수입이 늘어난다면 2백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변수는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힘들어져 외채상환 요구가 다시 거세질 가능성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의 국제신인도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석달전만 해도 7백억달러였던 브라질의 외환보유고가 러시아위기 이후에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로 지금은 4백억달러로 줄어 급기야 최근에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도 ‘강건너 불’이 아니다.

외환보유고의 구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70%에 가까운 자금이 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빌린 돈, 즉 갚아야 할 빚이다.

▼외환안정과 경제회생〓외환안정을 위해서는 경상수지흑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현재 투자부적격인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단계로 회복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우광(李佑光)수석연구원은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간다면 세계경제 불안으로 마땅히 갈 곳 없는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을 위한 선결요건은 재벌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심상달(沈相達)거시경제팀장은 “외환안정과 경제회생은 구조조정, 특히 5대그룹의 구조조정 성과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세계경제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2년간은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IMF관리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개혁은 일상생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풍(外風)에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즉 정부는 기업이 투명한 소유구조를 갖추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견인해가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엄격히 감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정창영·鄭暢泳 연세대 경제학과교수)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동향분석팀장은 “금융기관 스스로 대출과 인사조직면에서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경제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경제체제를 갖추기 위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2백원대로 진입하고 10월중 어음부도율이 96년 9월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정교수는 “조심성 없는 낙관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IMF 1년을 맞는 자세는 아니다”며 “개혁을 실천에 옮겨 튼튼한 경제를 세울 수 있는 더 없는 호기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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