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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공공부문]공무원 철밥통-정치인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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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공공부문]공무원 철밥통-정치인 무풍지대

입력 1998-11-18 19:30수정 2009-09-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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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농촌지도소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1천1백여평 금싸라기 땅에 자리잡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16일 오전 내내 이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민원인(농민)은 고작 3명이었다. 여느 관공서와 달리 적막감마저 느껴지는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서울시 농촌지도소 직원은 모두 49명. 서울의 농업가구가 80년 6천3백41가구에서 지난해 3천2백84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직원 숫자는 80년 60명에서 현재 49명으로 별차이가 없다. 그나마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의 구조조정 끝에 ‘군살’을 뺀 결과다.

계장만 8명에 서무를 담당하는 지도기획계(15명)를 제외하면 각 계의 계원은 고작 2∼4명씩이다. 지도기획계에는 타자수 2명과 부속실 근무요원 1명, 그리고 운전사가 4명이나 된다. 지난해 집행예산은 총 25억원. 이 가운데 인건비가 12억원이고 운영비로 6억원을 썼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아 서민들은 뼈를 깎고 공무원은 털을 깎는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IMF사태 이후 5대그룹에서는 대략 10%, 금융부문은 25% 이상 감원을 했다. 이에 비해 중앙행정기관의 인력감축은 1.4%에 불과하다.

6개월내에 정부개혁을 끝내겠다던 새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 정원감축 계획으로 보직없이 떠도는 이른바 ‘인공위성’ 공무원은 2만여명. 1∼2년 내에 보직을 얻지 못하면 자동 퇴출된다. 그러나 이들 중에 자신이 퇴출되리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한솥밥 식구가 어련히 챙겨줄까 하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행정자치부 등 힘있는 부처의 공무원이 퇴출됐다는 얘기는 들어보기 힘들다.

얼마전 서울 강남의 한 족발집에서 열린 S대학 한 학과의 동창회 모임. 술기운이 돌면서 한쪽 구석에서 시작된 작은 논쟁이 술자리 전체의 일대 논전으로 번졌다.

“대학시절 남들 다 놀때 나는 밤잠 안자고 고시공부를 했다.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유일한 위안이 정년까지의 신분 보장이다. 이것마저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심하지 않은가. 민간인이 잘렸으니 공무원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물귀신 논리 아닌가.”(정부부처 사무관 Y씨)

“민간기업에서는 수많은 근로자가 눈물을 뿌리며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중산층은 IMF체제이후 소득이 줄었는데 세금을 더 낸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 무슨 특권 타령인가.”(기업체 대리P씨)

술자리에 참석했던 동창들은 대부분 P씨를 거들고 나섰다. 비단 이 모임 참석자들 뿐만 아니라 IMF시대를 살아가는 중산층은 대부분 P씨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김정길(金正吉) 행정자치부장관은 최근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내 공직 사회의 비리와 무사안일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그는 이달초 월례조회에서 부하 직원들을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직원들이 지난달 벼베기 행사를 마치고 버스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저서를 화제에 올려 ‘역대 최고의 저질장관’이라고 성토했다는 정보 보고를 들은 때문. 그는 “공직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공언했다.

김장관이 ‘공무원은…’에서 지적한 눈속임 구조조정 한 대목.

“지방공무원 30%를 줄이겠다는 발표가 난 뒤 알고보니 감축인원 8만7천명중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공무원 수는 20%였다. 나머지 10%는 단순 사무보조원 환경미화원 청원경찰 등 정원에 없는 과외숫자였다. 공직사회의강한 ‘보호본능’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IMF 무풍지대는 공무원 사회만이 아니다. 6월 감사원의 공기업 특별감사 결과는 경악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토지공사 도로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등은 적자 운영에도 불구하고 명예퇴직금이 1인당 평균 2억6천여만원에 달했다. 한 고위인사는 퇴직금으로 무려 6억원을 챙겼다.

최근 포항제철 감사를 벌인 감사원 관계자는 “포철의 한 자회사는 전체 직원이 6백명인데 법인카드가 3백개나 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철밥통’ 공무원 사회에도 태풍이 불어닥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공직사회 개혁 방향으로 1∼3급 공무원의 30%를 개방해 전문가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민간위탁과 외주(外注) 등 아웃소싱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각 부처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른바 경영진단팀이 부처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기획예산위가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무원 수술을 민간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다.

진단팀이 도면을 그리기에 따라서 여지없이 퇴출되거나 통폐합 부서로 몰릴 판이다. 공무원들은 진단팀 앞에서는 고분 고분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불평이다. 모부처 K과장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비난했다.

관료 사회보다 더 심각한 구조조정 사각지대는 정치권과 국회. 정치권은 “각 분야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호통을 치지만 정작 자신의 군살빼기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여야는 5월 국회내에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키로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회의 한번 열지 않았다. 국회의원 정수 감축문제도 각 당이 감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과연 의석 1명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여당의원의 토로. “정치관계법은 어차피 선거에 임박해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이뤄지게 마련이다. 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의원 숫자를 줄이는 게 쉬운 일이냐.”

국회도 자체적으로 10% 정도 인력감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것도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의 구두 약속일 뿐이다. 국회직원은 1천3백여명. 연중 몇달을 제외하곤 ‘식물(植物)국회’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잉여 인력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공공부문 개혁에 초점을 맞춰 국가공무원법 정부조직법 등의 개정을 위한 대대적인 입법청원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온 국민이 뼈를 깎는 고통의 시대에 관료사회 공기업 정치권 등 공공 부문이 더 이상 IMF 무풍지대에 안주할 수 없게 사회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철희·이 훈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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