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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시련 언제까지①]경기회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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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시련 언제까지①]경기회복 전망

입력 1998-11-02 19:12수정 2009-09-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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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 자리잡은 한 대형 의류도매상가. 매출 격감으로 장사를 포기하는 점포가 많아 이 빠진 것처럼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이 상가의 관리회사는 최근 부도가 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남은 상인들은 장사를 포기하지 못하고 휑뎅그렁한 공간을 메우기 위해 점포를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상가가 살아나지 않으면 상인들은 1억원에 가까운 권리금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인근 재래시장도 마찬가지. 전체 점포의 10∼20%가 장사를 포기했고 남아 있는 가게들도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신평화상가에서 여성의류를 파는 김준수씨(46)는 “장래가 불투명해 문을 닫는 상점이 계속 늘어난다”며 “내년부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맞는 것이냐”고 취재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설령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더라도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은 지 1년. 국내 산업은 초토화 직전의 상태로까지 몰렸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작년 12월∼올 9월말의 10개월간 2만3천여개 기업이 쓰러졌다.

9월말 현재 1백57만2천명으로 늘어난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어두운 전망〓지금 우리 국민이 갖는 가장 절실한 궁금증은 신평화상가 상인 김준수씨와 마찬가지로 ‘언제 다시 경기가 회복돼 IMF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이다.

동아일보와 R&R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지금부터 3∼4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응답했고 6년 이상 걸릴 것으로 어둡게 전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먼저 IMF 터널을 통과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權純旴)수석연구원은 거시경제 지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아직도 불황의 깊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경기회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한다.

자금능력이 탄탄한 L그룹 재무담당 K이사는 “그룹 총수가 ‘모두 어려울 때 과감히 투자하면 남보다 크게 앞설 수 있다’고 독려하지만 워낙 경기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아 선뜻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내년말까지는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그 후에도 경기가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시각이다.

세계경제의 큰 틀에서 국내경제를 비관하는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금리인하, 일본 엔화 강세,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입 교역조건이 좋아지고 있으나 최근 IMF의 브라질에 대한 지원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하고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외채비중이 국민총생산(GNP)의 50%에 가까운 한국 경제의 회생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교역 신장률이 4% 안팎에 그쳐 올해보다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연구원은 “경제구조가 취약해 국내외 변수 중 어느 한가지만 흔들려도 곧바로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언제 터널에서 빠져나오나〓1년여 동안 한국의 경제뉴스는 비관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9월 어음부도율이 IMF 이전 수준인 0.31%로 떨어졌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올들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김태동(金泰東)청와대정책기획수석은 “빠르면 내년 1·4분기(1∼3월)에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하면서 내년 전체로는 2%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원(李宗源)LG경제연구소연구위원은 “국내외 여건 변화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며 “엔고와 국제금리하락이 지속되고 정부가 확고한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주면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金峻永)성균관대교수도 “2000년에 IMF관리체제의 고통이 가시기 시작해 2001년 상반기에는 경기 회복세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사장은 “2001년까지 외채의 일부인 5백억달러를 갚고 2003년 잠재성장률 5%대에 진입, IMF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동철(曺東徹)KDI연구위원은 “국내외 여러 경제변수가 불안정하지만 한국경제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며 “관료 정치인 기업가 등 사회지도층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제기반을 튼튼히 다져나가면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티브 마빈 자딘플레밍증권 한국지사장은 “막연히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한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제주체들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이·임규진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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