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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풍향계]청와대의 새로운 이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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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풍향계]청와대의 새로운 이별법

한상준 정치부 기자 입력 2019-06-04 03:00수정 2019-08-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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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왼쪽)이 후임자인 김외숙 인사수석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조 전 수석은 기자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동아일보DB
한상준 정치부 기자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 등 청와대 실장은 장관급이다. 그 아래 10명의 수석비서관 또는 보좌관은 차관급이다. 급여, 의전 등에서 장차관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청와대 실장과 수석을 두고 “장관보다 힘이 세다”는 평가도 많지만 장차관에 비교해 실장과 수석이 갖지 못하는 기회도 있다. 장차관들은 부처 직원들의 박수갈채 속에 취임하고, 물러날 때도 꽃다발을 받으며 떠난다. 반면 실장, 수석은 이·취임식이 없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장차관은 부처 수장(首長)이지만 실장과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라서 교체되면 책상에서 짐만 챙겨 집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물러난 장하성 전 정책실장,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 등은 모두 조용히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이런 양상이 올해 들어 바뀌고 있다. 시작은 1월 8일 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의 동시 교체였다. 떠나는 사람 셋, 새로 오는 사람 셋, 도합 6명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았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임종석-노영민, 한병도-강기정, 윤영찬-윤도한 등 전·현직 인사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 포옹을 했다. 이·취임식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고별 세리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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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직접 후임자인 김외숙 인사수석의 인선을 발표하고 고별인사를 했다. 조 전 수석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한 것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21일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가 갑자기 이런 방식을 들고나온 것은 “경질이나 문책성 인사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1월 떠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장관 후보자 5명이 낙마하고,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상태로 임명된 인사가 15명이나 될 정도로 부실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수석을 경질한다면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격이 되기 때문에 청와대는 2년 동안 브리핑을 갖지 않았던 조 전 수석을 춘추관에 서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하반기에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석은 조국 민정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총선 출마, 장기 근무 등으로 교체되는 것일 뿐 현재로서는 경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비슷한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청와대가 계속해서 “경질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우리는 다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잘못한 일이 없으니 문책도 없고, 경질도 없다는 논리다. 민생 경제의 위험 신호가 계속 울리고 있지만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전직(前職) 인사들을 재기용하는 ‘돌려막기 인사’ 비판에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청와대가 대응하는 것의 또 다른 버전인 것이다.

문제는 국민도 이런 청와대의 인식에 동의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매일같이 지역구를 누빈다는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런 청와대의 모습은 현장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전형적인 ‘자화자찬’이다. 청와대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년 전 같은 지적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였던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유능해야 한다. 이제 도덕성이다. 겸손해야 한다.”

과연 청와대 참모들은 이 당부를 잘 지켜왔는지 지금이라도 되짚어봐야 한다. 청와대의 두 번째 성적표가 매겨질 내년 총선까지는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한상준 정치부 기자 alwaysj@donga.com

#대통령 비서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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