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취임 첫날…北에 대한 질문 나오자 굳어진 민주당 의원들 [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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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의원으로서의 모든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신 앞에 선서합니다….”

3일(현지시간) 정오. 미 의사당에서 일제히 취임선서를 끝낸 상하원 535명(상원 100석, 하원 435석)이 이끄는 116대 연방의회가 개원,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첫날 오후, 대부분의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사무실을 개방하고 각 지역구에서 올라온 지지자, 워싱턴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며 2년 임기를 구상한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덕슨(Dirksen) 상원 의원회관 복도 또한 각 층 마다 지역구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막 선서를 끝낸 의원들이 들어서자 환호성이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일부는 감회가 새로운 듯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의원들의 대북 기조는 생각보다 훨씬 강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로버트 매넨데즈 민주당 외교위 간사.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로버트 매넨데즈 민주당 외교위 간사.


●“신뢰는 서두를 수 없어…제재 해제 불가”

이날 의원회관 4층 자신이 속한 외교위원회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외교위 민주당 간사(뉴저지)는 강경한 어조로 대북 제재 고수 입장을 강조했다. 취임 축하 리셉션이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북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미소가 만연했던 얼굴이 순간 경직될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지함을 보여줘야 한다”며 “아직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제재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의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은 한 발 더 나아가 “미 의회 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밝히고 “북미간 실질적 합의가 없는 현 상태로는 상황 악화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제2의 오바마’로 불리며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부커 상원의원이 ‘미 의회를 인용하며 대북 기류가 강경하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거듭 요구한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초당적임을 의미한다. 이날 기자와 만난 의원들은 “신뢰는 서두를 수 없는 것(cannot rush trust)”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강한 불신의 불똥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강경한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코리 부커 상원의원(오른쪽)과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미국 민주당의 코리 부커 상원의원(오른쪽)과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워싱턴포스트(WP)는 보수성향 제니퍼 루빈의 3일자 기고문을 통해 “민주당의 엥겔 하원외교위원장 내정자(뉴욕)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판하며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조만간 상임위에 소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며 북미 협상에 예기치 않았던 ’의회 변수‘를 예고한 것이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공화당 의원들 역시 김정은 신년사와 북한의 대북 제재에 대한 강경 기류를 확인했다.

5선의 롭 우달 하원의원(조지아)은 “대북 제재는 유지 되어야 한다”며 “미국이 유일하게 북한을 아프게도, 도울 수도 있는 것이 ’경제적 도구(economic tool)‘이며 미국의 유일한 대북 지렛대가 제재”라고 강조했다.

롭 우돌 미국 하원의원(공화당,  5선)
롭 우돌 미국 하원의원(공화당, 5선)


●“한미 군사동맹 형언키 힘든 고귀한 자산”

의원들 중에는 한미군사 동맹을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계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의원(36·민주·뉴저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방위분담금 압박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미 군사동맹은 형언키 어려울 만큼 중대한 자산”이라며 “미국은 동맹이 있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위 소속을 지망한 그는 “안보와 외교는 재임 기간동안 나의 최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 지지자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참전 한국계 상이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도 현장에서 제기, 보안책을 검토하겠다는 응답을 얻어내기도 했다.

한인들의 정치적 권익 신장을 위해 만들어진 ’한인유권자연대(KAGC)‘소속 한국계 대학생 60여명과 만난 우달 하원의원(공화당)은 “세계1,2차 대전에서 미군과 함께 싸운 유럽계 미국인 상이군인과 달리 한국계 미국인 베트남 참전용사는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에 ”즉각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답변했다.

●포옹과 격려로 넘쳐난 뜨거운 환송

퇴임하는 노 정객들에 대한 예우와 뜨거운 환송장면도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던 밥 코커 전 상원외교위원장(공화)은 이 날을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그가 덕슨 상원 의원 회관 4층 복도에 들어서는 순간 지지자들과 의회 관계자들이 그를 에워쌌고 포옹과 악수를 나누느라 그는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국가를 위해 일해 온 당신의 헌신에 감사한다(Thank you for your service to the country)…“. 후렴구처럼 이어지는 감사 인사에 은발의 노정객은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치열한 지난 중간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고 정파를 떠나 정책을 먼저 생각한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정파 간 분열로 치열한 미 의회도 이날 만큼은 ’화합의 장‘이란 말이 무색치 않았다.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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