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M&A 고용승계’ 완화… 법사위 ‘빈교실 어린이집’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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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쟁점 법안 뜯어보기]

11월 30일자 A12면.
11월 30일자 A12면.
● 법인세법 개정안 일부 수정

“합병뒤 3년간 80% 승계유지 조항… 현실 동떨어진 과잉규제” 지적 수용
신규채용도 고용승계 인정하기로

과잉 규제 논란이 일었던 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안 중 고용승계 규정을 국회가 손질했다. 정부가 낸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기업 인수합병(M&A)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재계의 반대를 정치권이 받아들인 것이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기재부는 기업 합병 시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조건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합병회사가 합병이 이뤄진 뒤 3년 동안 피합병기업 직원 80% 이상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3년 동안 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근로자의 이직이나 퇴직 사유를 불문하고 법인세 연기 혜택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개정안은 현재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과잉 규제로 기업의 인수합병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의 연평균 이직률은 25%에 달한다.

국회는 이를 반영해 개정안 내용 중 ‘피합병기업 직원의 80% 이상’을 ‘피합병기업과 합병기업을 더한 직원 전체의 80% 이상’으로 바꿨다.

예를 들어, 직원 10명인 기업(A·피합병기업)을 직원 40명인 기업(B·합병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경우 기재부 원안에 따르면 A 직원 3명 이상이 회사를 나가면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이 박탈된다. 하지만 국회 수정안을 적용하면 A사와 B사를 합한 50명 직원 중 11명 이상이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 혜택이 유지된다.

또 기존 정부안은 합병 뒤 새로 고용하는 직원 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재직 중인 직원 수만을 따졌으나, 국회 수정안은 합병 뒤 새로 고용하는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직원 10명이 나가도 새로 10명을 뽑으면 이직자나 퇴직자가 없는 것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수정된 법안은 충분히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고 규제 정도도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2월 1일자 A10면.
12월 1일자 A10면.
●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재심의 결정

野 “교육계와 협의안해 문제” 반대… 복지장관 “활용 근거 만들자는 것”
부모들 “이익단체 눈치보기” 분통

쓰지 않는 초등학교 빈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회부해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이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해당 초등생이나 학부모, 교사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이들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민간·가정 어린이집 충원율은 약 70%다. 이런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지원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면 영유아 안전 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이면 170∼180cm까지 크는데, 1m도 안 되는 영유아를 같이 섞어 보육하겠다니,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통계로 잡히는 유휴 교실도 병설 유치원을 먼저 확대해야 해서 (실제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유휴 교실은 별로 없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법률안은 강제 조항이 아니고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라며 “이미 전국 20개 학교에서 (빈 교실을) 어린이집 등으로 활용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 조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하려는 복지부는 학교의 빈 교실 활용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보고 이 법안을 강력히 추진했다. 학교 내 어린이집 안전사고 책임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있고, 어린이집과 학교 사이 공간과 출입로를 분리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소위 회부를 막지는 못했다.

영유아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확충이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동안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립 유치원의 압박에 관련 법안이 번번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육 기능까지 떠맡게 될 학교의 반발이 더해지자 의원들이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우경임 woohaha@donga.com·최우열 기자
#국회#법인세법#영유아보육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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