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달님 한마디에 방송법 재검토하는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2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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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해왔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의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론으로 추진해 온 개정안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에 대한 여권의 ‘재검토’ 방침이 정해지면서 거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이 추진해온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진들의 사장 선임 절차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사장 선임권이 있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특별 다수제’ 도입이 핵심이었다.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당 몫으로 7명, 야당 몫으로 6명을 추천해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일방적으로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경우 이사회가 과반 수 찬성으로 사장 후보를 임면 제청할 수 있다. KBS는 총 11명의 이사 중 여당 몫이 7명이고 야당 몫이 4명이다. 여당 몫의 이사들만으로도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 MBC도 마찬가지다. 총 9명의 방송문회진흥회 이사 중 여당 몫이 6명이고 야당 몫이 3명이다. 임명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다. 사실상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장을 뽑을 수 있는 형국이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었다.

여권이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한 것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송법 관련 비공개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문 대통령은 22일 비공개 업무 보고에서 “차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25일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개정안 재검토 방침을 확정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워크숍 토론 직후 “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 무색무취한 인사가 공영방송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불가피한 현실적 타협의 결과로 이 법이 탄생했다”며 “방송 개혁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됐으면 한다는 대통령 발언의 취지와 대안을 생각하기 위해 논의를 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이 결국 ‘방송 자유’라는 가면을 벗고 ‘방송 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코드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주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방송 장악을 위해 서슴없이 말을 뒤집는 모습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방송 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에서 “방송법 개정안은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 때 강력하게 요구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이것을 인제 와서 뒤집겠다는 말 바꾸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권력을 잡고 보니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건가”라고 반발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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