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기개발 속도전’ 과소평가한 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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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올 4월 “SLBM 3, 4년 이후 완성”
4개월뒤 발사 성공하자 “연내 가능”
北 ‘판도 바꿀 무기’ 다걸기 하는데 軍은 부족한 정보로 구태의연 판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화까지는 3, 4년 더 걸릴 것이다. 이번 발사는 제대로 된 실험이라고 볼 수 없다.”

 올해 4월 23일 북한이 SLBM을 발사해 수중 사출에 성공한 것을 두고 군 당국이 밝힌 내용이다. SLBM이 비행 자세조차 못 잡은 데다 30km도 날지 못하고 폭발한 만큼 ‘쇼’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태도는 불과 4개월 만에 바뀌었다. 8월 24일 북한이 SLBM을 최초로 500km 넘게 비행시키는 데 성공하자 군에선 연료를 가득 채워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2000km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올해 말 SLBM을 실전 배치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오판을 하는 것은 북한을 ‘정상 국가’의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등 SLBM 보유국은 수중 사출 이후 핵 기폭장치 작동까지 3, 4년가량 소요됐는데 이를 기준으로 북한도 비슷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전면전이 벌어지면 단 한 발만으로도 판을 바꿀 수 있는 SLBM 같은 무기 개발에 국력을 총동원하며 속도전을 펴는 특수한 정권임을 간과한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식적인 국가에 ‘무기 개발의 상식’을 들이댔다는 것이다. 북한은 곧 SLBM 단 1기만을 실은 신포급(2000t급) 잠수함 1척을 우선 실전 배치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18일 “북한처럼 특정 무기에 군사적 역량을 모두 집중하는 경우엔 어떤 예측도 빗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수준 평가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핵심이 되는 최고급 정보를 미국이 한국과 공유하지 않는 점도 오판 확률을 높인 원인이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해 최고급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대북공조#북핵#대응전략#미국#중국#군#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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