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문 제1저자’ 등 연이은 특종으로 검증 주도[독자위원회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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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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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확인 통해 거짓 밝힌 ‘KIST 방문증’ 돋보여
日경제보복, 양국 협력 관점에서도 짚어줬어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군사 부문으로 확전됐다. 이런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조국 법무부 장관 검증’을 주제로 토론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검증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성태윤 부형권 위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검증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성태윤 부형권 위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종빈 위원장=청와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와 조 장관 검증을 다룬 보도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류재천 위원=9월 6일자 A8면에 실린 ‘지소미아 파기 박수칠 나라는… 정경두 北중러’ 기사는 지소미아 파기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기사였습니다. 반면 9월 16일자 A6면 기사를 보면 ‘비핵화 촉진 팔 걷은 靑… 트럼프 지소미아 복원 요구할 수도’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비핵화 촉진과 지소미아 복원 요구의 관련성은 단 한 줄만 언급돼 맥락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최은봉 위원=단순히 지소미아 파기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한일 관계, 동북아, 동맹 차원에서 중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탐색하는 기사를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9월 17일자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의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인터뷰는 ‘동맹’이라는 평이한 표현 대신 ‘스마트한 원칙 외교’라는 구체적 방향을 가진 단어를 제시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기사와 사설, 칼럼, 인터뷰 간의 이슈 연결성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은경 위원=9월 16일자 A27면에 실린 ‘주한 미군기지 조기 반환 요구, 한미동맹에 약일까 독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동맹에 약이 될 수 있다는 논거 중 하나가 정부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는데 전문가보다는 이 문제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보도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주한미군이 반환 일자까지 특정했다면 미군기지 오염처리 비용 부담 논의가 있었을 것인데 이에 대한 심층 취재와 보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준웅 위원=한일 갈등 문제에서 동아일보가 보여준 균형적인 보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인터뷰는 직접 인터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고급 정보로 미국 정부 대변인의 말이 아닌 한발 더 들어간 내용이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8월 28일자 지소미아에 대한 미 국무부의 반응을 추론해 제시한 기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불만의 수위를 높였다는 기사인데 주된 근거는 국무부가 독도에서 수행한 한국의 군사훈련을 따로 언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파원이 현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으니까 행간을 읽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만 추론과 판단의 근거가 약해서 아쉬웠습니다.

성태윤 위원=대부분 언론이 일본 제품이나 부품을 대체한다는 개념으로 경제보복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관점도 다뤄줄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경쟁 상대이지만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는 다른 점이지만 언론은 이런 부분도 짚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경제 부문에서 보다 분석적인 기사들이 있어야 합니다.

김 위원장=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계기는 징용자 배상 판결입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이 부분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8월 6일자 A8면 지소미아 파기에 박수칠 나라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라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기사는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지만 반대 측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기사화함으로써 지소미아 파기의 영향이 무엇인지 알게 했습니다.

이은경 위원=동아일보는 연이은 특종 보도로 조국 장관 검증 정국을 주도했습니다. 주요 국면마다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진영논리에 함몰돼 편 가르기를 하고 감정을 섞어서 보도하는 언론이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위주로 보도한 동아일보가 더욱 돋보였습니다.

이준웅 위원=8월 20일자 조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기사가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내용도 깨끗한 특종이지만 형식적인 면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1저자를 했다고만 보도했어도 합리적 의심이 제기됐겠지요. 하지만 병리학 전문가에게 해당 논문의 검토를 의뢰해 논문이 허위로 작성된 정황까지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9월 11일자에 실린 사모펀드와 관련된 녹취 파일 기사는 읽어봐도 조 장관과의 관련성은 없었습니다. 관련성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으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를 덧붙여도 비판적인 시각이나 논조가 제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검증할 부분이 남았다는 것을 밝혀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 장관이 위법행위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가 되기 전부터 도덕군자인 양 말을 쏟아내고도 실제로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언행불일치가 후세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과 위선자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로 나서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는 점에서 조 장관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걱정할 때가 아니며 더욱 과감하게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 위원=조 장관이 과거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안 했더라도 이 정도까지 문제가 됐을까,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땠을까라는 관점에서도 함께 다뤄졌으면 좋았을 듯합니다. 물론 박제균 논설주간의 칼럼 등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일부 있었습니다.

류 위원=9월 9일자 A5면에 실린 KIST 방문증 하나로 두 명 출입은 불가능하다는 기사는 기자가 현장에 가서 확인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조 장관이 청문회에서 한 발언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현장을 확인해 거짓 해명을 잘 보여줬습니다. 이런 현장 확인이 기자정신입니다.

김 위원장=조 장관은 입만 열면 검찰 개혁을 말합니다. 무엇이 검찰 개혁이냐가 중요한데 9월 10일자 A2면에 실린 취임사에서 실체가 처음 드러났습니다. 첫째, 검찰에 대해 법무부가 인사권을 행사한다. 둘째, 고위공직자 수사를 위한 공수처를 설치한다. 셋째, 검사의 수사권을 경찰에 나누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불의와 권력에 저항해 일을 하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점이 검사의 신분 보장입니다. 조 장관의 취임사를 실을 때 검찰 개혁을 조 장관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며 반대 의견을 기사화해 줬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 위원=9월 21일자 A2면에 실린 ‘경기 내리막에 기업 부담 주는 정책 고수’ 기사는 대중이 접근하는 관심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경제 순환의 의미가 무엇이며 그때 어떤 정책이 시행됨으로써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줬습니다. 8월 23일자 A8면에 실린 2020년도 예산 증액을 분석한 기사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최 위원=독자 입장에서 토요일 지면은 여유 있게 읽는 지면입니다. 토요일자는 단건 뉴스보다는 전체를 조망하는 뉴스와 함께 생활정보 등도 넣어 한층 풍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출산율 문제도 문화와 연관을 짓는다든지 색다르게 접근해 보는 시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조국 딸#조국 논문#한일 갈등#지소미아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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