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지수, 대선 2.3>쇠고기정국 1.9>총선 1.4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 논평 공격성 지수화 분석

‘초강력 비판’ 대선치른 지난해 47%서 올해 32.3%로 줄어

“극한 대립상황선 생각달라도 따라야” 구조적 문제 지적도

정치권에선 정당 논평을 둘러싼 3가지 속설이 있다. 대통령선거 때는 여야 간에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논평이 아주 독해진다는 것이다. 또 공격적 논평을 내는 악역은 주로 부대변인이 맡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여성 대변인의 논평이 남성보다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본보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발표한 논평 1000건을 조사한 결과에서 이런 통념은 수치로 확인됐다.



○ 치열한 선거판=혹독한 비판

지난해 대선 때 대변인을 맡았던 최재천(민주당) 박형준(한나라당) 나경원(한나라당) 3인의 대변인은 양당의 부대변인단을 제외하면 가장 공격적인 논평을 냈다.

본보가 논평 공격성을 지수화한 결과 이들은 2.6∼2.0점을 얻어 1∼3위를 차지했다. 1000건 논평의 평균 비판지수는 2.2였다(지수화 방법은 별도 상자기사 참조).

반면 대선 후 정권교체가 이뤄진 다음 치러진 올 4·9 총선 때 활동한 조윤선(한나라) 차영(민주) 대변인의 비판지수는 각각 1.3 및 1.5로 가장 비판수위가 낮았다.

2007년과 2008년을 비교해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분석 대상이 된 비판논평 727건 가운데 인신공격성 표현을 많이 담은 ‘초강력 비판’의 비율은 2007년에는 47.0%였지만 올해는 32.3%로 줄었다. 또 부드러운 비판은 2007년 10.8%에서 올해 26.5%로 증가했다.

특히 대선 정국을 거친 나경원 대변인은 지난해 대선 전 4개월 동안 초강경 논평을 15건 냈지만 대선이 끝난 이후 3개월 동안엔 단 1건에 그쳤다. 대선 정국에서 부여받은 공격 임무에서 벗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선 국면의 논평 공방을 구조적인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각 당은 대선을 치를 때 정권 교체 및 정권 사수의 당위를 상당 부분 대변인을 통해 주장한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박종희 의원은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변인이 ‘이게 아니다’라고 하더라도 극한 대립상황에서는 당에서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부대변인이 ‘총대’ 멨다

통상 3∼5명, 많게는 20여명으로 구성된 여야 정당의 부대변인단은 자기 당의 어떤 대변인보다 상대방을 매섭게 비판했다. 비판지수가 민주당은 2.6, 한나라당은 2.4였다. “부패의 수도꼭지” “귀족내각의 싸구려 인생”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인가” “후안무치 삥치기당” 등 수준 이하의 표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나라당 부대변인들은 자신들이 낸 비판 논평 130건 가운데 부드러운 비판은 단 2건에 그쳤고 민주당 부대변인도 163건 가운데 6건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역대 부대변인은 눈에 띄는 논평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총선에 공천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유혹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부드러운 여성 논평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남녀 대변인을 비교할 때 여성 대변인이 상대적으로 차분한 어조로 논평했다.

대선 때 활동한 최재천(남) 박형준(남) 나경원(여) 대변인의 논평 가운데 초강력 비판 비율은 각각 58.5%(55건), 50.0%(47건), 28.1%(16건)로 나 대변인이 극단적 표현을 상대적으로 덜 썼다.

가장 덜 공격적이었던 조윤선(여) 차영(여) 대변인은 전체 논평을 각각 52건, 18건 냈지만 ‘표독한 논평’은 1건씩만 했을 뿐이다.

4·9 총선이 끝난 뒤인 ‘미국산 쇠고기 정국’ 때 임명된 차명진 윤상현(이상 한나라당) 대변인의 비판 수위는 총선 당시 대변인보다 오히려 높았다. 두 대변인의 비판지수는 각각 2.0과 1.8이었다. 전체 평균 2.2보다는 낮았지만 총선을 치른 여성 대변인인 조윤선(1.3) 차영(1.5) 대변인보다 높았다.

○ 자기반성은 양비론으로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올 추석연휴 직후 “추석 민심은 한나라당의 실수와 야당의 발목잡기를 꼬집었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못 채운 해프닝을 자성하는 표현이지만 비협조로 일관했던 민주당의 책임도 함께 물은 것이다.

이처럼 자기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이 어쩔 수 없을 때 대변인들이 자주 쓰는 방식이 양비론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지난해 9월 이규용 환경부 장관 내정자가 오래전 위장 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내정을 철회하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동시에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도 나쁘다고 한나라당은 말하라”고 화살을 야당에 돌렸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때 주소지를 옮긴 문제를 다시 부각시킨 것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논평분석 인터렉티브 그래픽(닷컴온리)

정당 논평에 쓰인 단어들의 빈도를 구하기 위해 조사와 어미를 분리하는 등의 데이터 클리닝 작업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내용분석 소프트웨어인 영남대 박한우 교수의 KrKwic, 텍스트 에디터인 울트라에디트(UltaEdit)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독자들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동아닷컴용 인터렉티브 그래픽을 별도로 제작했다. '정당 논평에 담긴 부정적 단어들의 사용 횟수' 그래픽의 경우 신문에선 '한나라당, 민주당, 정당 전체'의 3종류만 제공되나 동아닷컴에선 연도가 추가된 7종류의 그래픽을 원하는 대로 바꿔볼 수 있다. 정당 논평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단어트리(word-tree) 형태의 검색도 함께 제공한다. 예를 들어 '차떼기'를 검색하면 이 단어 이후에 쓰인 문장이 나뭇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 인터렉티브 그래픽들은 IBM의 매니아이즈(many eyes)라는 통계그래픽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10월에 개설한 비주얼라이제이션랩(vizlab.nytimes.com) 역시 이 기술을 사용한다.

그래픽에 링크된 매니아이즈 사이트를 방문하면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공유하기(share this)를 이용해 내 사이트로 담아갈 수도 있다.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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