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혹 불씨는 평창에서?

  • 입력 200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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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 때 평창에선 무슨 일이….”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지난해 총선 당시 문제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이 의원은 전대월(구속) 하이앤드 대표의 돈 수백만 원이 자신의 총선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검찰의 설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의 불똥이 지난해 총선자금과 관련된 도덕성 문제로 직결되고 있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 씨의 접근=이 의원이 전 씨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총선 준비를 위해 강원 평창군에 내려간 지난해 초. 지역 정가에서 전 씨가 총선 출마 예상자로 거명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씨는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지원 자금으로 1억 원을 쾌척하는 등 출마를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전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마를 포기했다. 그의 총선 출마 포기가 현 정부 실세라는 얘기를 듣는 이 의원의 총선 출마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총선 전에는 전 씨를 만난 기억이 없으며,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총선 후 강원도민회 주최 국회의원 당선자 모임이라고 밝혔다.

전 씨는 총선 후 자신이 이 의원의 선거 참모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전 씨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다녔지만, 선거 참모 중에 전 씨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전 씨가 총선 직전 이 의원의 평창군 연락 총책으로 핵심 참모였던 지모 씨에게 8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건넨 것 자체는 전 씨가 이 의원의 선거운동에 신경을 썼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전 씨가 지난해 6월 이 의원을 찾아가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간접 인연’이 작용했을 수 있다.

당시 지 씨가 이 의원과 전 씨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관측도 있다. 아무튼 전 씨는 이후 이 의원의 소개로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허문석(許文錫·해외 체류 중)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를 만나게 된다.

이 의원 측은 “전 씨가 처음 유전사업을 구상한 게 지난해 5월이다. 총선 전에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이 의원과 유전사업을 논의했다는 것은 시기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세호(金世浩·당시 철도청장)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의 관계=유전개발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김 전 차관도 이 의원이 총선 출마를 앞두고 당내 경선 준비를 하던 지난해 2월 28일 평창에서 이 의원 및 지역의 핵심 인사들을 함께 만난 적이 있다.

김 전 차관은 평창군 방아다리 약수터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이 의원과 평창, 정선군수 등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이 사실이 지역 정가에 알려져 ‘공무원 정치개입’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철도청 행사 참석차 정선에 갔다가 지역 군수들이 식사나 하자고 해서 밥을 먹고 왔을 뿐 정치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박남춘(朴南春) 현 대통령인사제도비서관이 이 의원과 김 전 차관을 연결시켜 준 ‘고리’ 역할을 했다는 관측도 있다. 해양수산부 출신의 박 비서관은 당시 이 의원의 후임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발탁됐으며, 김 전 차관과는 대학 선후배 사이이자 행시 24회 동기다.

한편 당시 이 의원과 당내 경선에서 경합한 김택기(金宅起) 전 의원 측은 당과 청와대에 공무원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성 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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