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故김훈중위 아버지 김척 예비역중장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43분


“아들의 ‘이유없는’ 죽음의 진상을 알고 싶을 뿐….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국군의 북한군접촉 사건과 관련, 이 사실을 처음 제보한 김척(金拓·56·예비역 육군 중장)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들의 사인이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3군부사령관을 끝으로 지난해 11월 예편했다.

그의 두 아들중 장남인 김훈(金勳·25·육사 52기)중위는 1월초 판문점공동경비구역 소대장으로 부임한 뒤 2월 24일 벙커에서 권총1발에 머리를 관통당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는 “군의 발표처럼 아들이 자살했다는데 의문을 품고 5월부터 아내(55)와 함께 전역한 소대원들을 찾아가 설득작업을 벌였다”면서 “20여번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한 끝에 10월중순 한 전역자가 마침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로 충격적인 내용들이었다. 김중위 사망 당시 직속 부소대장이었던 김영훈중사(28·구속중)가 지난해부터 북한군과 상습적으로 접촉해 왔다는 것. 세차례에 걸쳐 확인을 했다.

김씨는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하경근(河璟根)위원장에게 전역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조건으로 10월말 제보했다”면서 “부소대장은 북한군으로부터 받은 물품을 사병들에게 상습적으로 나눠줘 환심을 사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 유류품은 포상휴가 증빙으로 쓰이기 때문에 사병들에겐 ‘요긴’한 것이라고.

김씨는 “아들은 1월초 소대장으로 부임한 직후 외박을 나와 부임 소대의 각종 비리 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면서 “부소대장을 포함한 사병 전체가 짜고 아들의 죽음을 자살로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중위의 고민은 부임해간 소대 내에 군수품 2백만원어치 가량이 없어졌고 구타사건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었다. 또 나중에 유품으로 가족에게 온 김중위의 검은색 공책에는 탄약을 훔쳐 팔고 총기를 분실한 부하 소대원들의 각종 비리가 빽빽히 적혀 있었다.

김씨는 “부대원들은 소대내 비리를 파악해 메모한 수첩을 훈이가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나 모소령이 가져간 적도 있다고 하고 컴퓨터로 출력한 10장의 업무보고용 문서도 사라졌다고 증언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군내 사건은 단순하게 발생하는게 아니라 군기, 군수현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일단 소대 내부에 각종 비리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재수사에서 모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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