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인&아웃]공직자 유행어 컴백 ‘신토불이’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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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身土不二)가 최고.’

토산품 광고가 아니다. 요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나돌기 시작한 말이다.

모 중앙부처의 간부는 “공직 사회의 사기 저하와 무기력증이 확산되면서 ‘땅에 납작 엎드리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 대대적 정부 개혁과 공직자 사정 때문에 몸을 사리던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를 빗대어 처음 등장했던 이 표현이 6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

정부 관계자들은 “98년이 ‘행태적 신토불이’였다면 요즘은 ‘심리적 신토불이’ 상태인 것 같다”고 말한다.

청와대와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따라가면서도 그 추진 방법이나 행태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심신분리(心身分離)’ 현상이 심화됐다는 진단이 많다. 98년 때의 복지부동(伏地不動)류의 ‘몸 사리기’가 아니라 일할 맛이 안나 땅바닥에 엎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한 중견외교관은 “국방부의 한 지인에게 ‘외교통상부가 최근 혁신 대상 0순위처럼 몰리면서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다’고 말을 건넸더니 그 지인은 ‘현역 군인들에겐 사기란 게 아예 없다’고 대꾸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문민화 개혁 방향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추진 과정에서 ‘현역 군인은 쓸모없는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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