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인&아웃]“오늘은 술 취해 병아리 타법…”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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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술 한잔 먹고 집에 들어와 ‘병아리 타법’으로 느릿느릿 답장을 씁니다.”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이른바 ‘병아리 타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화제다.

청와대 참모들 중에서 드물게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정 수석은 ‘발자국 남기기’라는 일종의 자유게시판 코너에 올라온 글에 대해 일일이 답장을 해주고 있다. 사연과 함께 남겨진 전화번호에는 꼭 연락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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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으로 컴퓨터 자판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두세 줄의 짤막한 답장이 대부분이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어투가 그대로 문자화된 답장에는 따스함이 넘치고 있다.

보내 온 사연들도 다양하다. 소녀 시절 이웃집 아저씨들과 함께 놀러왔던 ‘정찬용 아저씨’의 양말을 빨아준 기억을 되새긴 글도 있고, 지방에서 근무하는 기술직 공무원의 애로사항을 개선해달라는 민원성 글도 적지 않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 저녁 정 수석은 “오늘은 억울해서 눈물이 난다. 아무리 봄을 막아도 봄은 온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 수석의 홈페이지는 광주 YMCA 사무총장을 하고 있던 2001년에 개설했던 것을 지난해 8월 신장개업한 것. 여느 정치인의 홈페이지처럼 약력이나 주요 활동사진, 언론보도 내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총선 출마용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정 수석은 홈페이지를 통해 “산삼을 캐기 위한 심마니 작전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놓았다.

실제로 정 수석은 올해 초 열린우리당 쪽에서 출마 압력이 거세지자 노 대통령을 찾아가 “인사수석을 계속 하고 싶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농담조로 “인사수석을 맡더니 이제 자기 인사도 마음대로 하네요”라고 받아넘겼다고 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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